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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기자메모]금감원의 ‘수상한’ 특혜 채용 건수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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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의혹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을 했다. 그런데 숫자가 이상했다. 보도자료 첫 장에는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건을 점검했다”면서 “검사 결과, 총 22건의 특혜 채용 정황을 발견했고 신한은행 12건,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 6건이며 이 중 임직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 관련 건은 6건”이라고 쓰여 있었다.

별첨 자료에 나온 숫자는 달랐다.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 5건’ ‘신한생명 임직원 자녀 6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한카드의 임직원 자녀 숫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사례가 언급돼 있었다. 별첨 자료에 제각각 흩어진 내용만 종합해도 신한금융의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 정황은 6건이 훨씬 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검사에서 드러난 신한금융의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은 총 13건이었다. ‘6건’에서 ‘13건’이라는 숫자가 나오기까지 기자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취재진이 임직원 자녀 관련 숫자를 정확하게 말해달라고 요청해도 금감원 관계자들은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놨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13건으로 정정한 건 오후 4시30분쯤이었다.

이번 신한금융의 임직원 자녀 채용 논란은 경향신문 취재 결과 불거진 문제였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굳이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만 내세워 임직원 자녀 관련 숫자를 6건으로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지난 1월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검사하면서 유독 신한은행에서만 아무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각에서 금감원의 ‘신한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채용 관련 자료가 폐기돼 검사에 한계가 있다는 금감원의 말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있는 자료마저 제대로 발표하지 않는 태도는 특정 금융회사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짙게 하기에 충분했다. 누구보다도 숫자에 능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단순 덧셈을 못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임지선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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