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여전히 높고 대출 규제도…상반기 매매시장은 관망세 전망 대세
하반기 집값은 탄핵소추 사태 해소 등에 달려…'상저하중' 분석도
전월세는 수도권 위주 상승 가능성…전문가들 '매수 우위 기회 활용' 내집 마련 조언
2025년 부동산시장 향방은?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오예진 기자 =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적어도 상반기에는 집값이 보합하거나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도권 위주로 전셋값이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1일 전망했다.
금리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등의 시장 불확실성으로 적어도 상반기에는 매매 시장에서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전세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반면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탄핵 소추 사태 해소 이후에 정책 방향과 추진 동력 등에 따라서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
◇ 대출 규제에 탄핵소추 사태까지…올 상반기 집값은 보합 내지 하락 전망
올해 주택 매매시장은 최소 상반기까지는 보합이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대출 규제와 금리 등으로 매매 시장이 이미 거래 소강상태에 놓인 가운데 탄핵소추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물론 전반적인 경기 역시 침체 조짐을 보여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 탄핵 정국,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 부동산 시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합세 내지는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도 "탄핵소추 정국과 이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으로 내년 상반기는 상당한 관망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해 4분기의 대출 규제와 정국 불안, 집값 고점 상황 속에 연초 계절적 비수기까지 맞물렸다는 점에서 상반기 시장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시장 불확실성으로 내년 상반기에도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박스권 안에서 기준금리와 대출 규제에 따라 출렁이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탄핵 정국 지속 여부 및 경기 여건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권대중 교수는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시장을 살리는 정책이 나오면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추세나 국면상으로 볼 때 올해 매매시장을 '상저하중'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채상욱 대표는 현재 매매시장 상황을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와 비슷하다고 평가하면서 "하반기 이후는 정책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난 뒤 아파트 거래량은 반등하기 시작해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거래량이 본격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편 올해도 수도권과 지방간 가격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5만 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발목을 잡으며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함영진 랩장은 "양극화가 내년에도 이어지며 수도권-지방에선 수도권이, 수도권 내에선 서울이 경기·인천보다, 서울 안에서는 강남권·한강변 등 대기 수요가 높은 선호 지역의 가격이 조금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
◇ 매매 관망세·입주 감소에 전세는 수도권 위주로 상승 전망
올해 집값이 상반기에는 일단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월세 시장은 다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면 그만큼 수요가 전월세 쪽으로 유입된다는 점에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매매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가격이 정체된다면 반대급부로 임대차 쪽은 움직일 수 있다"며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경기 전반이 침체 국면으로 빠진다고 하면 구매 심리가 살아나기는 더욱 어려워서 전월세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에 전월세 공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올해 전월세 가격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권대중 교수는 "계약 갱신 청구권 종료로 나와야 할 물량이 작년 말까지 약 6만3천가구였는데 경제가 어려우니까 세입자들이 기존 전월세를 유지하면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전월세 가격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 오르는 상태이고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한다는 점도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과 인천 입주물량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나 경기도는 평년 10만가구 정도였으나 올해는 6만가구로 줄어든다"면서 "통상 서울의 전세가가 불안하면 경기에서 이 수요를 받아줬는데 내년에는 경기도가 그 역할을 못 하기 때문에 전세가 하반기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입주 물량은 줄어드는데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다고 가정하면 임대차 가격이 매매보다는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월세 시장이 올해보다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일부 있다.
채상욱 대표는 "내년 서울 임대차 시장은 입주 증가 효과가 있어서 올해보다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 무주택자라면 매수자 우위 기회 활용 필요…무리한 대출은 지양해야
올 상반기에 매매시장 관망세로 집값이 보합 내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문가들은 내집 마련을 위해 매수자 우위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랩장은 "집 구매를 마음먹었고, 전세금 정도 준비돼 있다면 거래 소강상태로 매수자 우위에서 교섭력을 갖고 물건을 고를 수 있을 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다만 무주택자로서 첫 주택을 구입한다거나 갈아타기를 할 때이며, 수도권에 한정해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권대중 교수는 하반기부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상반기에 살 것을 권했다. 이어 "그게 부담스럽다면 내년 하반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3기 신도시가 조기 분양할 때를 기회삼아 청약을 신청해보라"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시장에 변수가 많아 상하반기 중 언제가 저점일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10월과 비교해 10∼20% 내렸다면 살 만하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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