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4주년 맞은 이태수 시인… '거울이 나를 본다' '먼 불빛' 출간
시인 이태수는 “젊은 시절엔 ‘실존적 방황’이나 ‘낭만적 우울’을 노래했지만, 2010년 이후 ‘신성(神聖) 환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이태수 시인은 44년 시작(詩作)을 정리하는 선집을 엮으며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삶의 이상적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꿈을 꾸면서 내면 탐색을 거듭해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14번째 시집에 대해선 "내가 거울을 보는 게 아니라 거울이 나를 본다는 완만한 역설의 자기 성찰로 자연과 내면을 넘나들면서 빚어지는 심상(心象)을 떠올리게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신작 시집은 고희(古稀)를 넘긴 시점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는 언어의 거울이다. 자연을 향해 열린 유리창도 시인에겐 거울 역할을 한다. 시인은 유리창을 내다보면서 동시에 자신을 들여다본다. '오늘도 창가에 앉아/ 유리창 너머 풍진 세상을 끌어당긴다/ 분할된 안팎을 아우르는 꿈에/ 안간힘으로 날개를 달아본다'며 시인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 양쪽을 다 아우르는 꿈을 꾼다.
시인은 자연을 시선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을 자연의 대상으로 바친다. 그는 하늘을 보면서도 '언제나 그대로라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 뒤 '먼 듯 가까운 듯 안 보이는 건/ 만물이 그 품에 들었기 때문'이라며 시인을 하늘 아래 만물의 일원으로 축소한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푸른 하늘이 시인의 눈엔 상상의 거울이 돼 시인을 되비추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시인은 어둠조차 상상의 거울로 삼는다. '안 보인다고 눈을 감으면/ 안이 보인다'며 '내 안의 내가/ 그 바깥의 나를 쳐다본다'는 것이다. 그는 44년 동안 시를 썼으면서도 '나는 떠돌이 말[言語] 거지'라고 했다. '말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도/ 아무리 문전박대를 당한다고 해도/ 유리걸식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하며 여전히 시를 쓴다는 것.
이번 시집 수록작은 대부분 첫 연과 마지막 연이 맞물린다. '쳇바퀴가 돈다. 내가 돌리는 쳇바퀴'라고 시작한 시는 '내가 쳇바퀴를 돌리는 게 아니라/ 쳇바퀴가 나를 돌리는 모양'이라며 끝나는 식이다. 시인은 "실내악이나 교향악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A-B-A 형식이 거의 예외 없이 도입됐다"며 "회화적 효과를 얻기 위해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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