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칸영화제]
흑금성 사건 다룬 윤종빈 감독 作, 칸영화제서 처음 선보이며 호평
해외 언론 "매력적이고 흥미로워"… 복잡한 남북관계 어렵다는 의견도
이들이 출연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이 지난 11일 밤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영화는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황정민)이 1997년 북풍(北風) 공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는 얘기를 그렸다. 실화와 허구가 뒤섞인 첩보물이다.
영화 상영 뒤 현지 반응은 "흥미롭다"와 "다소 어렵다"로 엇갈렸다. 영화를 초청한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웰메이드 영화다. 강렬하면서도 대단하다"고 말했고, 우디네극동영화제 사브리나 바라세티 집행위원장도 "최근 남북한 정상이 만난 시점에서 냉전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영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언론 반응은 대개 중립적이었다. '스크린데일리'는 "자동차 추격이나 총격전 같은 뻔한 장면 없이 스릴러를 빚어낸 점에선 흥미롭지만 선명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힘을 쏟진 못한 것 같다"고 했고, '할리우드리포터'는 "영화 처음 절반가량은 외국인에겐 좀 더 풀어서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소재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썼다. 프랑스 매체 '크리틱 필름'은 "뻔한 스릴러 영화를 잘 피해갔다"고 했다.
'공작'이 소개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은 칸영화제가 보통 액션·호러·재난 영화처럼 장르적 매력이 강한 작품을 소개해온 부문이다. 때때로 관객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손뼉을 치면서 적극적으로 반응해 극장 안이 떠들썩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작'이 상영된 11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복잡한 남북 관계와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이 반영된 영화 초반부가 외국인 관객에겐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종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총싸움, 몸싸움 없이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만들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황정민은 "어느 한 장면 쉬운 게 없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긴장감을 빚어내는 방법을 찾으려다 보니 숨조차 맘껏 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성민도 "첫 장면 찍고 나선 스스로 '이게 맞나' 답답해서 잠을 못 잤다. NG 한 번 잘 안 내는 배우들끼리 모였는데도 열 번씩 '다시 찍자'고 하면서 찍고 또 찍었다. 그 결과가 '공작'"이라고 했다.
영화는 서울과 베이징, 평양을 오가며 전개된다. 베이징과 평양 장면은 중국 옌볜, 대만에서 주로 찍었고 대규모 세트 촬영도 했다. 배우 주지훈은 "거대한 세트나 분장이 주는 압도적인 힘 안에서 이끌리듯 연기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공작'은 국내에서 올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칸영화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흑금성
1990년대 중국에서 활동한 군인 출신 안기부 공작원 박모씨의 암호명.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 안기부가 벌였다는 ‘북풍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공작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긴 죄로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받았다. 영화는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휘말린 정보 요원의 심리적 갈등묘사에 집중한다.
[칸=송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