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차단… ‘은행고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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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혔던 은행권 채용 문이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을 끝으로 4대 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가 마무리된 데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채용 절차 모범규준’이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만 올해 2250명이 넘는 채용 계획을 잡은 상황이다. 이른바 ‘은행 고시’ 전면 도입에 따라 필기시험이 취업준비생들의 채용 준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필기시험처럼 객관성을 따지는 정량 평가에만 주력하다 보면 금융권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유연하게 뽑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은행 고시’ 전면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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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공채를 시작으로 모든 시중은행의 신입직원 채용에 필기시험이 도입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 도입을 명시한 채용 절차 모범규준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당장 상반기 채용부터 반영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올 상반기 공채부터 2007년에 폐지했던 필기시험을 11년 만에 부활시켰다. 현재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는 KB국민, KEB하나, NH농협은행 외에 다른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들도 필기시험 전형을 도입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경제, 금융지식과 시사상식을 묻는 객관식 위주의 필기시험 전형이 사실상 지원자들의 1차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과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검사를 통해 서류 전형에서 점수 조작 등의 정황이 다수 드러난 만큼 서류 전형의 합격 범위를 대폭 넓히는 대신 필기시험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입 공채 경쟁률은 60 대 1에서 100 대 1 수준. 대체로 취업준비생 2만∼3만 명이 원서를 내면 필기시험이 없는 은행들은 700∼800명의 서류 전형 합격자에게 다음 단계인 실무면접 기회를 줄 때가 많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필기시험이 도입되면 은행들이 지원자의 10% 이상인 서류 전형 합격자에게 필기시험을 보게 하고 성적순으로 면접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류, 면접 전형도 기존과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 청탁이나 점수 조작을 막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사실상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당초 서류전형을 100% 외부 기관에 위탁할 것을 검토했지만 은행들의 반대로 외부 전문가 참여도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 하반기 은행권 채용 문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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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사태로 막혔던 은행권 채용은 당장 다음 달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300여 명 규모로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낸다. 하반기에는 추가로 45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다. 상반기에 200명을 뽑은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550명을 더 채용한다. KB국민은행은 이르면 8월부터 지난해(500명)보다 많은 신입 행원 채용에 나선다. KEB하나은행도 하반기에 250명 이상을 뽑을 예정이다.
모처럼 은행권의 채용 문이 열리지만 새로 도입되는 필기시험 탓에 은행 구직을 노리던 취업준비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학생 최모 씨(24)는 “준비하던 은행에 따라 필기시험 대신 면접에만 ‘올인’한 구직자도 많았다”며 “이들은 아무런 정보 없이 급하게 필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객관식 필기시험을 중시하는 채용 방식이 핀테크가 강화되는 현재의 금융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학입시에서나 볼 수 있던 예비합격자 명단을 시중은행들이 도입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시험이나 대학입시처럼 모든 지원자를 점수대로 ‘줄 세우는’ 평가가 이뤄져야 예비합격자 명단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근면 강원대 초빙교수(전 인사혁신처장)는 “이번 모범규준은 시험 성적으로 줄 세워 뽑던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인재 추천 경로와 다양한 채용 방식을 열어두되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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