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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횡설수설/이광표]지리산 반달곰과 도심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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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리산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9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두 차례 탈출했다 붙잡혀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15년 지리산에 방사했던 반달곰 KM-53이었다. 1983년 멸종 이후 2004년 시작된 반달가슴곰 종(種)복원 프로젝트에 따라 한국(Korea)에서 태어난 수컷(Male) 중 53번째 지리산 곰이란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이 곰이 5일 새벽 또다시 지리산을 탈출하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관광버스에 치였다. 이번에도 목적지는 김천 수도산이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동아일보

▷현재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곰은 56마리이고 지리산에서 수용 가능한 수는 최대 78마리라고 한다. 2027년엔 100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M-53처럼 끈질기고 모험심이 많다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반달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달곰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사고구간은 네 살짜리 반달곰 KM-53의 이동경로 중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받았던 곳이다.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오소리 산토끼 등 야생동물 2500여 마리가 매년 고속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한다. 봄이 되면 연못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들이 줄지어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깔려 죽기도 한다. 생태통로는 야생동물의 생존수단이지만 현실을 보면 생태는 없고 통로만 있는 형국이다. 쓰레기로 가득 찬 터널형 통로, 바닥을 시멘트 벽돌로 깔아놓은 육교형 통로, 절벽에 가까운 절토면에 막힌 육교형 통로가 적지 않다.

▷최근 멧돼지 고라니 등의 도심 주택가 출몰이 부쩍 늘었다. 11일 밤에도 충북 청주시내의 한 상가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멧돼지 2마리가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요즘은 어미로부터 독립한 어린 멧돼지들이 서식지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의 야생 먹거리를 배려하되 개체수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할 때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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