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주로 암반으로 이뤄져 있고 주민들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져 여러모로 적합한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여서 북한은 핵실험을 대부분 이곳에서 해왔다. 핵무기를 더 소형화하거나 성능을 개량하려면 계속 실험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장소를 없애는 것이니 관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별도로 미래에 추가로 만들 여지를 제거함으로써 막전막후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기자들을 초청해 취재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그치지 말고 이후 실질적인 진전 조치로 이어나가 국제사회에 믿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선 풍계리 실험장 폐쇄가 그동안의 핵개발 관련 자료와 증거를 인멸하는 데 활용돼선 안된다. 비핵화 세부 조치 후 국제기구의 검증 때 단 하나의 숨김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 폐쇄 행사에 언론 취재만 허용하고 전문가 초청 의사를 보이지 않은 대목은 논란을 부를 만하다. 기자들에게도 풍계리의 실험장 폭발 등을 생중계하도록 하지 않고 지켜본 뒤 원산으로 이동해 영상과 기사를 송출할 수 있게 한다니 실시간 보도를 접하지 못할 듯해 아쉽다. 미·북정상회담 사전 논의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탄두와 핵물질의 상당 부분을 조기에 국외 반출토록 요구했고 북측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이 과감한 핵폐기로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한 지름길로 가겠다는 뜻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불필요한 줄다리기를 벌이지 말고 실질적 비핵화 조치로 바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