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로운 우아함… 곁에 존재해주셔 감사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93살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지하보도에 걸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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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향한 행보에 앞장서는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3번 출구 방면과 2호선 이대역 신촌방향 스크린도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93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의 광고판이 걸렸다.
지하철 역사 내 광고판에서 아이돌 가수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을 축하하는 내용의 광고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의 광고판이 걸린 건 낯선 풍경이다.
분홍과 흰 목련 꽃으로 장식한 광고판엔 김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사진이 담겼다. 김 할머니의 생일은 4월28일(음력 3월13일)이다. 광고판은 할머니의 생일 당일까지 지하철 역사에 게재된다.
이 광고판을 내건 이들은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존귀함을 꽃으로 표현해 가방, 액세서리, 의류 등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2015년 고 이순덕 할머니의 생일을 소개하는 광고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김복동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내걸었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휴먼브랜딩 프로젝트의 하나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꽃으로 표현해 소개하고 있다. 할머니가 태어난 날인 생신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했고, 곁에 존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광고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마리몬드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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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몬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신촌방향 스크린도어에 고 박차순 할머니를 조명하는 광고도 냈다.
윤 대표는 “박 할머니는 순탄치 못했던 유년기를 보내고 위안소 생활까지 겪는 등 험난한 삶 속에서도 양녀를 사랑으로 키워냈다”며 “긴 타국 생활로 고국의 말은 모두 잊었지만, 어릴 적 불렀던 ‘아리랑’의 노랫말은 잊지 않고 불러주셨다. 여리지만 빛나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광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최덕례 할머니가 23일 별세하면서 국내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8명으로 줄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같은 날 누리집을 통해 “최 할머니께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통과 아픔 모두 잊고 안식을 찾으시길 바란다”며 “유족의 결정에 따라 최 할머니의 생전 이력과 장례 절차를 모두 비공개로 한다”고 밝혔다. 최 할머니는 1921년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으며, 최근 서울에서 살아왔다. 올들어 최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4명이 세상을 떠났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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