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종전선언 주체 최소 ‘3자’ 규정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종전(終戰)선언을 위한 주체로 ‘최소한 남·북·미 3자’를 규정한 것은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이 보다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에 합의한 만큼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남·북·미 나아가 중국을 포함하는 4자 종전선언까지 포함하는 빅 피처(Big Picture)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베이징 특파원 출신 기자들과 만나 남·북·미 간 어떤 형식의 대화든 환영하나 종전선언은 정전(停戰)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분명히 했다.
평화체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그림은 현재 남북의 4·27 공동선언(공동합의문) 의제 논의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현재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앞두고 3대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개선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의제와 관련해 지난 3월29일 고위급회담에서 일차적으로 논의했다”며 “그동안 남북 간 의제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해왔고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회담이 최고 지도자 간 담판이라는 점에서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논의 진행 상황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합의문 초안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며 “의제에 대해 남북 간 여러 채널을 통해 논의하고 있고, 과거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 사례를 보더라도 사전에 많은 협의를 하지만 아무래도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논의하면서 접근되고 조율되는 측면이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따로 떼어내서 논의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구상 및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핵 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대 핵심 의제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관련 논의 진전 정도가 향후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도 좌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북한이 지난 2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동결한 것은 전반적으로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동결을 논의할 필요 없이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비핵화를 향해 협의할 수 있어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등이 먼저 합의문에 담길 가능성에 대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 평화 정착에 나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여진다”며 “다 연동돼 있기 때문에 같이 논의되고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볼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방향에서 조율되고 그런 수준이 선언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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