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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버스 사고'에 놀란 김정은, 새벽에 中대사관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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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D-2]

中관광객 32명 사망한 교통사고

몇 시간 후 中대사 찾아가 위로… 방문시간·사진까지 신속 공개

'공들인 北·中관계에 불똥 튈라' 美·北정상회담 앞두고 수습 총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새벽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아 전날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큰 인명 피해를 본 데 대해 직접 위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우리나라에 온 중국 관광객들 속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평양의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중국인 관광객들이 입원한 병원도 방문해 부상자들을 위로하고 사고 뒤처리를 당부했다. 통신은 김정은의 중국대사관 방문 날짜와 시간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김정은이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진도 내보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렵게 복원된 북·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가지 않도록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수습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고 몇 시간 만에 중국대사관 찾아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김정은의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방문 시점은 23일 새벽 6시 30분이다. 22일 밤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추락해 중국인 32명과 북한인 4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후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동선을 몇 시간 만에 분 단위까지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정은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바쁜 시점에서도 사고 처리를 위해 신속하게 나섰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 등은 김정은에게 "중요한 정치 일정들로 그처럼 분망하신 속에서도…"라며 사의를 표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일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라고 하며 '중국 관광객들 속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외국 관광객 관련 사고를 언론에 공개하고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선 것도 북한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앞서 북한은 2013년 평양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로 수백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최부일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 격)을 내세워 사과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정은이 울먹이는 얼굴로 리진쥔 대사를 만나고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문하는 사진 4장을 게재했다. 과거 김정일은 중국대사관을 여러 차례 직접 찾았지만, 김정은은 북·중 관계 악화로 대사관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리 대사에게 "우리 인민들도 비극적인 이번 사고를 자기들이 당한 불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과 정부는 유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조금이라도 가셔주는 심정에서 후속 조치들을 최대의 성의를 다하여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란 보험 깨질라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북·중 관계에 '돌발 악재'가 생기는 걸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달 25~28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 김정은은 지난 13~17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예술단을 이끌고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6차례나 만나는 '특급 환대'를 했다. 이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와 왕래를 활발히 하자고도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생명보험'과 같은 중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수습이나 사후 조치가 미흡할 경우 중국 내에서 반북 정서가 커지며 관광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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