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만스튜디오’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주인공인 엉뚱한 발명가 월레스와 애견 그로밋은 늘 좌충우돌하지만 꿈과 아이디어로 가득 찬 세계를 보여준다. 단편 애니메이션 ‘525 크래커백’. ⓒ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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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만화영화’라고도 하는 애니메이션은 요즘엔 대부분 컴퓨터로 그림 작업을 하죠. 예전에는 주인공들의 움직임에 맞춰 한 장 한 장을 모두 손으로 그렸어요. 그런데 이것들과 다른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있습니다. 섬세하게 빚은 점토 모형에 조금씩 모습을 바꾸고, 이를 한 장씩 찍어 연결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인 아드만스튜디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런’ 등 이 회사가 제작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점토 인형, 촬영 세트, 미리 그려본 스케치 등을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전시와 함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흥미로운 세계를 만나볼까요?
○ 그림으로 시작해 점토에 숨 불어넣기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도 처음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똑같아요. 상상한 내용을 연필이나 붓으로 종이에 그려보는 것이죠. 그려본 그림들을 놓고 제작자들이 토론하면서 캐릭터의 크기, 비율, 표정, 분위기 등을 바꿔 나갑니다. 그 뒤 영화 속 이야기가 펼쳐질 배경과 캐릭터를 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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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스튜디오는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표현할 점토를 직접 만들어요. ‘아드 믹스’라고 부르는데, 아주 유연하기 때문에 보통의 점토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동작과 표정을 나타낼 수 있어요. 배경 위에 설치된 점토 주인공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 아주 조금씩 동작과 표정을 변화시키고, 그때마다 사진 한 장씩을 촬영하는데 이 한 장 한 장을 연결하면 움직이는 동영상이 됩니다.
손작업으로 주인공이나 물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제작자 의 땀과 정성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죠. 이렇게 한 장씩의 정지된 사진을 연결하기 때문에 ‘스톱모션(정지동작)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부릅니다.
○ 태엽카메라에서 클레이 애니 대명사로
아드만스튜디오의 탄생을 알아보기 위해 52년 전인 1966년, 영국 남서부 작은 마을인 ‘월튼 온 템스’로 가보겠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두 소년, 피터 로드와 데이비드 스프록스턴은 친구였어요. 둘은 디즈니 등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고, 마침 스프록스턴의 아버지는 사진가였죠. 두 소년은 스프록스턴 아버지의 태엽식 동영상 카메라를 빌려 그들만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작 ‘인터뷰’를 제작할 무렵의 아드만스튜디오 창립자 피터 로드(왼쪽)와 데이비드 스프록스턴. ⓒAardman Animations Limited 1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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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일하던 스프록스턴의 아버지가 이를 보고 영화 제작용 필름을 구해다 주었고, 두 친구들은 ‘아드만’이라는 슈퍼 히어로를 상상해낸 후 이를 주인공으로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어요. 놀랍게도 BBC가 이 애니메이션을 사들였습니다. 자신을 얻게 된 두 사람은 1972년 ‘아드만 애니메이션’이라는 회사 이름을 등록합니다.
1989년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동물원 인터뷰’는 이듬해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 중 하나로 꼽히는 오스카상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전 세계가 아드만의 이름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1992년 ‘월레스와 그로밋-화려한 외출’, ‘월레스와 그로밋-전자바지 소동’이라는 두 걸작이 탄생했어요. 발명이 취미인 별난 아저씨 월레스, 그리고 그의 똑똑한 애견 그로밋이 우주선도 만들고, 저절로 걸어가는 자동바지도 만들면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을 그려냈죠. 전 세계 가족 관객의 시선을 끌어모은 이 작품 이후 2000년에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치킨런’이 탄생했어요. 닭장에 갇힌 닭들의 목숨을 건 탈출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죠. 이후 ‘월레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 ‘플러쉬’ 같은 걸작 장편들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평소 보고 싶던 캐릭터와 만나세요
아드만의 제작자들은 조명의 마술사로 불린답니다. 숨 막히게 긴장되는 장면에서 그림자 하나가 어둠 속에 숨은 얼굴 위를 지나간다거나, 빛을 변화시켜 한 장면 안에서 계절의 변화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숀더쉽’ 세트에서 낮이 밤으로 바뀌는 조명의 마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드만스튜디오의 영화에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생활용품들도 많이 등장해요. 이 축소 모형들은 모양뿐 아니라 빛을 반사하는 정도나 매끄러움까지 정확하게 표현해 영화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더해줍니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아트숍에서는 주인공들의 캐릭터 인형과 여러 흥미로운 소품을 구입할 수 있죠.
참, 어린이날 이틀 전인 5월 3일(목)에는 아드만스튜디오의 최신작인 ‘얼리맨’이 국내 개봉됩니다. 아주 먼 옛날, 석기 마을의 주인공들과 청동기 왕국의 침략자들이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한판 승부를 그렸죠. 이번 전시를 보고 ‘얼리맨’을 관람하면 그 재미와 감동이 훨씬 커질 거예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전시: ∼7월 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검색: 아드만 애니메이션 www.instagram.com/bais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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