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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물고기도 용 될 수 있다, 남북 관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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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행정수반 한은숙 교정원장

대각개교절 맞아 통일기원 메시지

“상대 자존감 지켜야 진정한 나눔”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너무 많다. 일종의 ‘만들어진 신’이다. 통일로 가는 길에서 우리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원불교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 4월 28일)을 앞두고 행정수반인 한은숙(63·사진) 교정원장을 만났다. 올해는 소태산(少太山·본명 박중빈, 1891~1943) 대종사가 원불교를 창시한 지 103년째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5월 말에 소태산은 금강산을 직접 둘러본 뒤 “금강산이 세계에 드러나는 날, 조선이 다시 드러난다.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고 예언한 바 있다. 당시는 일제에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주권마저 빼앗겼던 시기다.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 등이 변절하며 민족의 희망을 앗아가던 시절이었다.

중앙일보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이 24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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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런 절망의 시기에 소태산 대종사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A :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될 수 있겠나. 종자가 다를 텐데. 그런데 대종사께서는 된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말한 거다.”




Q : 남북 관계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A : “한국전쟁 발발 전에 북한의 개성에 원불교 교당이 있었다. 625명의 교도가 있었다. 분단이 되자 3명의 교무(원불교 성직자)가 개성교당에 남아 있었다. 그분들의 생사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 남북 관계에는 국제정세를 둘러싼 힘의 논리가 작동한다. 그런데 남북 관계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그보다 더 우선돼야 할 것이 있다.”




Q : 그게 뭔가.



A : “우리가 함께 살아갈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원불교에는 ‘우주만유 본원(宇宙萬有本原)’이란 말이 있다. 모두가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뜻이다. 그러니 남북 관계는 상생(相生)의 원리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평화가 온다. 서로 나누는 평화, 기쁨의 평화다. 이게 통일로 나아가는 기저가 돼야 한다.”




Q : 한국전쟁과 냉전 등으로 그동안 쌓인 원한이 많지 않나.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통한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는 정치로 풀 수 없는 아픔이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원한은 어떨 때 풀리나. 서로 상대방을 존중할 때 풀린다. 그럴 때 신뢰가 구축된다. 남북 간 문제도 똑같다. 먼저 서로 존중해야 한다. 그럼 신뢰가 구축된다. 그 과정에서 인내심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가 더 잘 사니까 베푼다’며 동정하는 식의 나눔은 곤란하다. 그건 상대의 자존감을 훼손할 수 있다.”


원불교는 2003년부터 북한 평양에 빵 공장을 세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했다. 밀가루에 옥수수기름을 넣어서 구운 급식용 빵이었다. 2006년부터는 국수 공장도 지원했다. 그러다 지난 10년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다. 원불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공장들이 재가동 되기를 원하고 있다. 한 교정원장은 “좌와 우의 중간이 중도(中道)가 아니다. 1에서 10까지 늘어놓을 때 5가 중도가 아니다. 중도는 지극히 대의(大義)를 좇는 일이다. 우리 민족과 국가가 나아갈 최선의 길, 그게 바로 중도다. 나는 그게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본다”고 했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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