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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도마에 오른 인터넷 여론조작, 청와대 청원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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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태는 인터넷 댓글이 여론 조작에 악용되고, 종국에는 민주주의까지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포털사이트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네티즌들의 선호가 순위 또는 수치로 표현되는 모든 사이트가 기본적으로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 들어 도입된 '청와대 국민청원'의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청원은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한 청원건에 대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하는 제도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개설된 지난해 8월 19일 이후 올라온 청원 건수는 이달 24일 현재 17만건이 넘는다. 그중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것은 32건이며, 정부는 22건에 대해 답하고 10건은 답변 대기 중이다. 32건 중에는 국민 생활 및 정책 청원도 있지만 정치 편파성이 두드러진 청원이 적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 청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반대서한을 보낸 나경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 파면 청원, 우파 정치 사이트 '일간베스트' 폐쇄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세월호 청문회 위증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징계 청원, 드루킹 사건 초기 보도를 주도한 모 종편사의 허가 취소 청원이 각각 20만명을 넘겼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 댓글 순위를 끌어올리듯 국민청원 게시판 역시 조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에 하나 청와대 게시판이 여론 조작의 무대가 된다면 심각한 사태다. 그러나 의도적 조작이 아니더라도 지금 방식이 공정한 국민 소통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청원자가 20만명이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꼭 진정한 다수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재고해봐야 한다. 국민청원 게시판 롤모델인 미국 백악관 '위 더 피플(We the People)' 역시 2011년 개설 이후 줄곧 '디지털 격차'에 따른 여론 편향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돼왔다. 그나마 백악관은 사법부 영역, 선출직 후보자 지지 또는 반대 청원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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