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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불법체류 외국인 아빠 ‘강제출국’ 막아세운 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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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심위

한국 국적 딸 키우는 파키스탄인 아빠

체류 연장 거부한 출입국사무소 처분 취소



한겨레

사진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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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머물며 결혼하고 자녀까지 낳은 한 외국인 아버지를 강제출국시키려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결정을 국민권익위원회가 뒤집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는 미성년인 딸이 외국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아버지의 경제활동 기반이 한국이라면 이 아버지가 자녀 양육 등 경제적 지원을 위해 한국에 지내며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1996년 3개월짜리 체류허가를 받아 한국에 온 파키스탄인 남성 ㄱ씨는 체류기간이 지난 뒤에도 한국에 불법적으로 머물다 한국인 여성 ㄴ씨와 결혼해 2006년 딸을 낳았다. 딸이 태어나던 그해, ㄱ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당국은 그에게 강제출국 명령을 내렸다. 그의 오랜 불법체류 경력 때문이었다. ㄱ씨는 결국 부인과 딸만 한국에 둔 채 혼자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 ㄴ씨는 혼자 자녀를 키우기 힘들다며 파키스탄으로 딸을 데리고 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딸은 파키스탄에 머물며 아버지 ㄱ씨의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지낸다. 아버지 ㄱ씨는 딸을 파키스탄에 두고 2007년 결혼 이민 체류자격을 받아 다시 한국에 돌아온 뒤 10년 동안 일했다. 지난해 2월엔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또 난관에 부닥쳤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체류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씨가 ㄴ씨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지 않고 있고, 딸이 파키스탄에 있기 때문에 그가 딸을 양육하기 위해 한국에서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중앙행심위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는 다른 판단을 내놓으며 ㄱ씨에 대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체류기간 연장허가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중앙행심위는 ㄱ씨의 딸이 지금은 파키스탄에 살고 있어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 언제든지 한국에 올 수 있고, 딸의 양육책임이 ㄱ씨에 있으며, ㄱ씨가 1996년부터 20년 이상 한국에서 계속 살아 파키스탄 현지에는 경제활동 기반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앙행심위는 돈을 벌어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라도 ㄱ씨가 한국에 머물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 강제출국 명령 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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