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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저평가된 거장' 고암 이응노 '군상' 미공개작 40여 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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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문화재단 '이응노 군상-통일무'전 "우리 현대미술은 좌(左)고암 우(右)수화"

아시아투데이

고암 이응노(1904∼1989) 생전 모습./제공=가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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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경제쪽에서 이병철과 정주영을 거론한다면 미술 분야는 고암 이응노와 수화 김환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우리 현대미술은 좌(左)고암 우(右)수화”라며 최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이응노 군상-통일무’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암은 유럽 쪽에서 앵포르멜로, 수화는 북미 쪽에서 추상표현주의로 치고나가 ‘좌 고암 우 수화’의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구체적으로 한쪽은 서예로, 또 한쪽은 분청사기 인화문(印花紋)의 우리 전통을 기반으로 세계화에 성공했지요.”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2년 6개월 간 옥고를 치르는 등 근현대사와 얽히면서 가장 저평가된 작가로 꼽히는 이응노(1904∼1989)는 내년에 30주기를 맞는다.

김 이사장은 “최근 프랑스에서 고암에 대한 세계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유족이 작품을 기증한다고 다 받지 않는, 작품 선정 기준이 까다로운 퐁피두센터에서 지난해 이응노 개인전이 열렸다. 또한 오는 6월 파리 세르누쉬 미술관에서 이응노 회고전이 개최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고암의 대표적인 만년작들을 이제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전시작 중 ‘군상’ 연작 40여 점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문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평면과 조각 60여 점으로 꾸며진다.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과 여러 명의 개인 소장가들이 전시를 위해 작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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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응노의 1988년작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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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말년의 ‘군상’ 시리즈는 그의 평생에 걸친 예술관과 시대의식이 함축된 조형적 결과물이다.

그의 ‘군상’ 시리즈 속 ‘춤추는 인간’은 자유와 평화를 향한 그의 열망을 드러낸다. 이러한 열망은 일필휘지로 그려진 추상적 형상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마치 1970~1980년대 독재정권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민중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이응노는 역사 속 생동하는 인간의 삶을 춤추는 군상으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독창적 수묵 추상으로 완성시켰다.

1983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는 1987년 북한 초대로 평양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1989년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지만 정부의 입국금지 명령에 의해 고국 땅을 밟지 못한다. 전시 첫 날 그는 파리의 작업실에서 심장 마비로 쓰러졌다.

김 이사장은 “미술 애호가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응노 작품이 제대로 가격을 형성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예술의 정신은 초이념적이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어 그의 작품세계를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한 때 피카소도 공산주의자였습니다. 진선미, 자유 평등 정의 등이 예술가들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이응노가 광주사태에 비판적이었던 것도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그는 이응노에 관해 “생전에 고생 많이 하고 사후에 대접 받는 작가”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김소연 시인의 ‘한 글자’ 시 ‘춤’이 고암의 통일무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감흥을 잘 드러냈다”며 소개했다.

“음악에 맞추는 춤은 멋이 나고, 음악에 맞추지 않는 춤은 웃음이 나고, 음악도 없이 추는 춤은 어쩐지 눈물이 난다. 여럿이 추는 춤은 신명이 에워싸고, 둘이서 추는 춤은 사랑이 에워싸고, 혼자서 추는 춤은 우주가 에워싼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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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응노의 1986년작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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