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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당신이 무서우면 나도 두렵다…'공포 공감'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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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Nrxn3 변이와 연관…인위적으로 조절 가능"

연합뉴스

왼쪽부터 IBS 신희섭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금세훈·김애리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연구원 [IBS 제공=연합뉴스]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신희섭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연구팀이 공감 능력 조절 유전자와 관련한 신경 회로를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유전자 수준에서 공감 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기쁨, 슬픔, 공포 등 정서적인 상태를 공유하며 이해하는 능력이다.

결핍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IBS 연구진은 생쥐의 관찰 공포 행동 모델을 이용해 공감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았다.

생쥐는 공포를 느끼면 곧바로 동작을 멈추기 때문에 공감 능력을 측정하기 쉽다.

연구진은 상자 모양 실험 장치 속 두 마리 생쥐 중 한쪽에만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쪽 생쥐에겐 이를 보게 했다.

관찰하는 생쥐가 전기 충격 고통을 받는 생쥐의 공포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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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대한 공감 능력을 측정하는 관찰 공포 행동 모델 [IBS 제공=연합뉴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18종의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 오직 한 종류의 생쥐 그룹만이 공포에 크게 공감하는 행동을 뚜렷이 보였다.

유전체를 비교 분석했더니 이들 그룹 생쥐에게서만 'Nrxn3'라는 유전자가 변이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른 종의 생쥐에게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한 결과 공포 공감 능력이 높아지는 것도 발견했다.

유전자 Nrxn3가 공포 공감 능력 조절에 관여하는 걸 증명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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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xn3 유전자와 억제성 SST 뉴런의 공포 공감 조절 기전 [IBS 제공=연합뉴스]



연구진은 전두엽의 전대상피질 부위에 있는 모든 종류의 뇌 신경세포(뉴런)에서 Nrxn3 유전자를 제거해 공감 능력을 비교했다.

전대상피질은 관찰 공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뉴런(억제성 SST 뉴런)에서 Nrxn3 유전자가 제거됐을 때 생쥐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하는 점을 밝혀냈다.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측정한 결과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SST 뉴런은 다른 뉴런의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GABA·Gamma-aminobutyric acid) 분비 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GABA 분비 감소가 공감 능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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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상피질 억제성 SST 뉴런에 의한 공포공감 반응 조절 기전 [IBS 제공=연합뉴스]



빛으로 직접 SST 뉴런 활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공포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거나 줄일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공포 공감을 관장하는 유전자 발견은 인간의 위로, 동정, 이타심 같은 다른 형태의 공감 능력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 차이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신경 회로와 기전을 연구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뉴런(Neuron)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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