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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유령주’ 급매도한 삼성증권 직원들, 발각될 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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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Q&A] 삼성증권 사고 궁금증 4가지

①전산 입력 오류는 어떻게?

②매매손실, 누가 어떻게 물어내야 하나?

③급매도한 16명은 발각될 줄 몰랐나?

④공매도 폐지론은 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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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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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배당사고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고로 나왔던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501만주(2천억원 상당)가 10일 ‘삭제’ 처리됐다. 사고 수습의 1단계가 마무리된 셈이다. 삼성증권은 자사 직원 16명이 매도한 501만주을 사고 당일부터 모두 되산 뒤 이날 오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계좌에 납부했다. 주식 거래는 지난 6일에 있었지만, 결제는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10일이 결제일이다. 사상 초유의 배당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사고를 둘러싼 궁금증 4가지를 정리했다.

■ ①전산 입력 오류는 어떻게? 사고의 발단은 지난 5일 삼성증권 직원이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으로 1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로 잘못 입력하면서 시작됐다. 담당자가 회사 교육을 간 동안 다른 직원이 대신 입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팻 핑거’ 사고(살찐 손가락·전산 입력 오류로 인한 주문사고)로 알려졌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팻 핑거 사고라면 100원 대신 1000원을 입력하는 등 ‘0’을 하나 더 붙이는 실수가 많은데, ‘원’과 ‘주’는 오타를 내기에도 전혀 다른 단위인 탓이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클릭’ 때문이었다. 삼성증권 배당 시스템에서 7가지 선택 탭 가운데 현금배당을 입력하려면 ‘일괄대체입금’을 선택해야 했는데, ‘우리사주’로 설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1000’이라고 입력했을 때 단위 ‘원’이 아닌 ‘주’로 인식됐다. 삼성증권은 주식이 입고되기 전날인 5일, 담당자가 배당 예약을 한 뒤 팀장도 확인했지만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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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매매손실, 누가 어떻게 물어내야 하나? 유령주식 501만주(2천억원 상당)를 팔아치운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최대 100억원대 매매차손을 떠안아야 한다. 삼성증권은 이날 사태 수습을 위해 장내에서 약 260만주를 매수하고, 기관투자자로부터 약 241만주를 빌렸다. 재매수할 때 나는 차익에 대해 해당 직원들이 배상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삼성증권 입장이다. 6일 오전 매도 물량이 쏟아질 때, 삼성증권 주가는 최저 3만5150원을 찍었다가 3만8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단순한 가정으로 직원들이 3만6천원에 팔았다가, 삼성증권이 3만7천~3만8천원에 사들인다고 계산하면 50억~100억원의 매매차손이 발생한다.

매도한 직원마다 손익계산서는 다를 전망이다. 문제의 직원 16명은 6일 오전 9시35분부터 10시5분까지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 30분 사이에 주가가 요동쳐 약 5천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어느 시점에 얼마나 팔고 다시 사들였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이익을 본 직원도, 손실을 본 직원도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익을 봤으면 부당이익을 돌려줘야 하고, 손해를 본 부분은 메워야 한다는 ‘원상복구’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배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증권은 해당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 ③급매도한 16명은 발각될 줄 몰랐나? 누구보다 시스템을 잘 아는 증권사 직원들은 당장 현금화할 수도 없고, 계좌 기록도 남는데 왜 주식을 팔았을까? 실제로 우리사주를 잘못 배당받은 삼성증권 조합원 2018명 가운데 매도자는 16명뿐이다. 실제로 삼성증권 쪽은 이날 많은 직원들이 배당이 잘못 입고됐다고 신고 및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은 잘못된 배당이라는 걸 알았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직원은 “계좌에 갑자기 큰 돈이 들어와서 이성을 잃은 게 아닌가 싶다. 그것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이라해도 법적으로 이렇게까지 문제가 불거질지 몰랐을 수 있다”며 “이해가 어렵지만, 단순히 매도하고 회사 나간다는 심정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매도 금지 공고가 난 뒤에도 거래를 시도해 직원들이 ‘초단타 매매’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 쪽은 “자본시장법상 직원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뒤 6개월 안에 이익이 발생하면 회사가 전액 환수해야하고, 협회 규정상 증권사 자기매매규정으로 자기연봉 이상으로 매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에 삼성증권은 실제 매도한 16명뿐만 아니라 지난 6일 주식 매매를 주문했다가 취소한 직원 6명도 추가로 문책한다고 10일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증권이 이전에도 ‘유령주식’을 발행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이날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러한) 상식적인 의문도 당연히 현장조사 과정에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까지 내부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그런 적(유령주식 발행)은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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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공매도 폐지론은 왜 나오나? 일부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10일 오전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삼성증권이 결과적으로 보유하거나 빌린 주식이 없는데도 주식을 판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면서 불똥이 공매도로 옮겨붙은 것이다. 현행법상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되고 있다. 삼성증권 사고가 ‘무차입 공매도는 불가능하다’는 당국의 방침을 전면 부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그동안 증권사들이 유령주식을 유통해 공매도로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며,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공매도 폐지론’에 대해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제도가 가지는 효용성, 유용성이 있으므로 무작정 폐지하자는 주장은 꼭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공매도 거론은 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흐린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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