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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삼성증권 직원 16명 30분간 501만주 매도… '주식 매도금지' 공지후에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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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주식’이 계좌에 입고됐을 때 ‘착오’라는 걸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증권사 직원들이 몰랐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5분후부터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간 501만주가 쏟아졌다. 일부 직원은 회사가 ‘착오주식 매도금지’를 공지한 이후에도 팔았다. ‘모럴 해저드’를 넘어 범죄였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자 손실과 시장 혼란을 부른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는 일부 직원들의 탐욕이 키웠다.

물론 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스템이 근본적 원인이었다. 당일(6일)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잘못된 매도주문을 차단하기까지 37분이 걸렸다. 위기대응이 신속했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앞서 담당직원이 현금배당(28억1000억원)을 주식배당(28억1000만주)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다음날 아침까지 오류를 바로잡을 시간은 있었다. 오류를 발견했더라면 사태는 미연에 방지됐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 한 명의 ‘전산입력 실수’는 발견되지 않은 채 다음날 대규모 주식 착오 입고 실행으로 직행했다.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는 ‘구멍 뚫린 시스템’과 ‘직원들의 탐욕’이 빚은 참사였다. 금융감독원은 9일 삼성증권측의 사고경과 보고내용과 금감원 대책을 발표했다.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 5일 직원 한 명의 전산입력 실수였다. 걸러지지 않은 실수는 다음날 오전 9시30분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 계좌에 주식 28억1000만주 입고로 이어졌다. 삼성증권이 오류를 인지한 것은 입고 1분뒤인 오전 9시31분. 이어 증권관리팀은 14분뒤인 45분 전사 지원부서를 통해 ‘직원 매도금지’를 유선 전달하고 6분뒤 다시 업무개발팀이 사내망에 ‘직원계좌 매도금지’ 문구를 팝업창으로 두 차례 띄웠으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입고 5분뒤부터 쏟아진 직원들(16명)의 매물은 매도금지 공고 이후에도 지속됐다. 삼성증권이 시스템상에서 임직원 전계좌 주문정지를 조치한 것은 10시8분. 오류를 발견한 지 37분뒤, 일부 직원들 매도가 시작된 지 33분뒤였다.

금감원은 이날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특별점검 이후에는 삼성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 및 주식거래시스템 안정을 위한 현장검사를 할 예정이다. 현장검사에 이어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대상으로 주식 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4월 배당 예정인 상장 증권사들에 철저한 내부통제도 촉구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태 당시 매도된 주식의 결제가 이뤄지는 9∼10일 양일간 삼성증권에 팀장 등 직원 3명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시행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피해 구제방안의 신속한 마련 및 결제 불이행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면담하고 증권사로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철저한 사고 수습을 촉구하는 한편 투자자 피해 보상이 신속하고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주가 폭락시 놀라 주식을 매도, 손실을 본 일반투자자들의 손실은 매도시간확인을 거쳐 (삼성증권의)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및 주식거래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11∼19일(7영업일) 기간에는 삼성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할 예정이다. 검사 대상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입고돼 장내에서 매도된 경위△직원이 대량의 자사주를 아무런 제한 없이 매도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문제점△투자자 피해 보상을 위한 대응 현황△관련 내부통제 체계 및 운영현황 적정성 등이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에는 관련자 및 삼성증권에 대해 법규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검사 이후에는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자본시장의 핵심은 거래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이라며 “국민과 투자자의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원 부원장은 “김기식 원장도 이번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 전반의 내부통제 문제로 지적했다”며 “전반적인 시스템 재검점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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