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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정부 압박·싸늘한 여론…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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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압박·靑 ‘불개입’ 방침에… 강경 노조 “찬반투표로 결정”/청와대 ‘정치논리 배제’ 한마디에 반발하던 노조도 한발 물러서/ 찬반투표 날짜·방식은 결정안돼/“찬성의견이 압도적일 것” 예상

세계일보

법정관리 문턱에 섰던 금호타이어 사태가 정부의 압박과 싸늘한 여론 속에 노조가 해외 매각과 관련해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한발 물러서면서 반전의 불씨를 살렸다.

5년간의 워크아웃, 한 차례 매각 불발, 6개월 넘는 자율협약 등 힘든 시간을 버텨온 국내 2위 타이어업체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일부 강경 노조 집행부가 아닌 직원들 손에 결정되게 됐다.

아직 정확한 찬반투표 날짜와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찬반투표 시 찬성의견이 압도적일 것이란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30일 광주시청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인호 산업부 1차관 등을 만난 뒤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법정관리로 가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해달라. 법정관리를 막아놓고 다음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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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와 관련해 노사 양측에 호소문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노조의 강경노선을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에다 청와대와 정부의 ‘불개입’ 원칙 고수 방침이 노조 집행부로 하여금 찬반투표로 출구를 모색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대규모 투자유치가 물거품이 되고 유동성문제로 인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최후통첩했다.

정부 담화 직후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불개입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기류를 급반전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찾아와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뜻을 알릴 필요가 있어 전한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둔 정부가 매각하지 못할 것’이라거나 ‘호남 민심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노조 집행부의 낙관 기류에 쐐기를 박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노조 집행부는 마감 시한이 임박하자 ‘투자, 인수를 원하는 국내기업이 있다’면서도 실체를 밝히지 않는 등 여론 이슈화를 시도했다. 막판에는 이에 기댄 한 타이어 유통사가 인수 검토를 선언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호소에도 정치적 논리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분위기가 현지에 있어 분명히 한다”며 “다음주 월요일 채권이 돌아오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이 경우 불가피하게 30% 내지 40%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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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파업광장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그는 “중국 쪽 자본유치를 통해 새 출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노조가 다른 길을 걷지 않겠다고 하니 말씀드린다”며 “임금 손실과 재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법정관리로 인한 가혹한 구조조정과 일자리 손실에 비하면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도 이날 주주총회가 끝난 뒤 “법정관리 신청서류를 모두 준비했다. 4월2일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며 노조를 압박했다.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면 더블스타는 유상증자로 6400억원을 투입, 경영권을 확보한다. 채권단도 2000억원 신규자금 수혈, 기존 채무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도 인하할 방침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근로자는 4000여명이며, 대리점은 전국 580여개에 이른다.

노조원 투표에서 해외매각 반대 결정이 나면, 금호타이어는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되면 1600여명(약 40%)의 노동자가 구조조정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의 찬반 투표 소식이 전해지자 금호타이어 주가는 이날 상한가로 치솟아 전날(3550원)보다 1065원 오른 461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조현일·김라윤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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