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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르포]'공장에 경찰까지'…금호타이어, 갈등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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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광주광역시=김남이 기자] [일반직 천막 옆 노조 확성기 차량으로 노래 틀어...월급 밀린지 석달, 조합원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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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호타이어 공장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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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 12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으로 경찰차 한대가 들어왔다. 노조와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 사이에 선 경찰은 노조에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설명회 천막' 옆 확성기 차량을 옮겨달라고 전했다. 일반직의 설명회를 방해한다는 게 이유다. 일반직 대표단이 직접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경찰을 불렀다.

2000여명이 일하는 광주공장 내 소통은 막혔다. 중국 더블스타 매각에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 아직 잘 모르겠다며 손사래 치는 사람, 짙은 미세먼지와 메케한 고무냄새가 가득한 광주공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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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밀린 월급…일반직 설명회 방해에 경찰까지=
27일 찾은 광주공장은 KTX광주송정역 바로 옆이다. 담장을 돌아 걸어가는 길 곳곳에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근처 영통사거리에는 노조간부가 고공농성을 벌였던 송신탑이 있었다. 고공농성이 끝난 후 송신탑 중간의 펜스가 철거됐다. 고공농성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4조 3교대로 24시간 공장은 돌아가지만 속 빈 강정이다. 협력사에 원재료 값도 제대로 못주고 있다. 1700억원(2월 기준)이 밀렸다. 협력사도 운영이 어렵다. 어느 한 곳에서 원재료 제공을 못하면 광주공장은 멈춘다. 타이어공급이 제때 안 되면 주요 완성차 업체에만 하루 15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날은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월급날이었지만 통장은 비었다. 급여가 안 들어온 지 석달째다. 부부가 함께 금호타이어에 다니는 직원들은 아이들 학원비대기도 빠듯하다. 금호타이어 한 직원은 "노조가 채권단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으면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겠냐"고 한탄했다. 급여가 안 들어와 힘든 건 노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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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이 법정관리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천막 옆에 노조에서 확성기 차량으로 노래를 틀고 있다./사진=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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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경영정상화 약정서(MOU)를 요구한 시한인 30일이 다가오면서 퇴직금 걱정까지 겹쳤다. MOU 체결이 무산되고, 회사가 법정관리 후 청산에 들어가면 퇴직금은 법적으로 3년 치만 보장된다.

이 경우 10년 넘게 회사에서 일한 40대 직원이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 1800만원 정도다. 이 걱정에 3월 중순(퇴직금은 퇴직 후 2주 내 지급해야 함)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떠난 동료도, 남은 직원도 마음이 무겁다.

이날부터 노사협상이 주로 이뤄지는 공장 사무동 앞에는 일반직 대표단이 천막을 치고, 설명회를 진행했다. 직접 금호타이어의 현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노조가 확성기로 옆에서 음악을 틀며 방해를 했다. 결국 경찰이 들어와 확성기 차량을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설명을 듣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의 눈치가 보여서다.

설명을 위해 광주를 찾은 구매담당 강준석 부장은 "법정관리의 위험을 현장직원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직접 설명을 하려고 천막을 차렸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외 영업망이 무너지고, 결국 회사가 존속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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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이 법정관리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천막 옆으로 경찰차가 보인다. 경찰이 온 뒤 확성기 차량은 자리를 옮겼다. /사진=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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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30일 총파업 예고…내부에서도 갈등=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 입장은 강경했다. 노조 관계자는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돼 아쉬움이 크다"며 "해외매각과 법정관리를 막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3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생산직 내부에서도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노조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기업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업체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30일 총파업도 재고해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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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호타이어 노조 사무실의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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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집행부 계파인 현장투쟁노동자회는 "현장은 지회의 일관성 없는 집행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집행부는 인수제안 확인한 국내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공개하고, 복잡하고 험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계파는 "막연한 추측과 가설만으로 법정관리를 막겠다는 것은 바람 앞의 촛불에 생존권을 맡기는 것과 같다"며 "현 집행부는 법정관리 이후 대안을 제시하고, 설명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금호타이어 직원은 "우리도 해외에 회사가 팔리는 게 싫지만 대안이 없지 않냐"며 "차라리 채권단이 말한 대로 전체투표를 하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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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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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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