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학생 고객 70% 취업뒤 은행 안바꿔
국민은행, 20대 전용브랜드 내세워
대학가에 ‘박리다매형’ 41개점 운영
신한·우리·하나도 ‘청년마케팅’ 경쟁
수익성 악화로 고민에 빠진 은행들이 20대 대학생을 상대로 한 ‘타깃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의 잠재적 고객군인 20대를 선점해 장기 단골고객으로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20대 전용 브랜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제휴 마케팅을 통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
■ 20대 마음을 잡아라 대학생 전용상품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케이비(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락스타’라는 20대 전용 브랜드를 선보였다. 젊은층 공략을 통해 국민은행이 갖고 있던 ‘나이 든’ 이미지를 벗고, 미래 성장동력도 함께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근처 ‘락스타 숙명 눈꽃존’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대학가에 41개 점포가 영업중이다. 100만원 이하 소액예금에 4% 금리를 제공하고, 교통비·통신요금 할인 등이 포함된 체크카드가 주력상품이다. 신한은행 역시 ‘20대와의 소통’을 내걸고 전용브랜드 ‘에스(S)20’을 운영하고 있다. 에스는 신한의 영어 첫 글자뿐만 아니라 ‘스마트’(똑똑한), ‘스페셜’(특별한) 등도 함께 뜻한다고 신한 쪽은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www.s20.co.kr)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중심기반으로 삼고, 공연과 공모전 등의 정기적인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20대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올 3월 우리은행이 ‘스무살, 우리’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하나은행이 대학생 전용 브랜드인 ‘와삭바삭’을 선보였다. “갓 구운 쿠키처럼 신선하고 맛있는 금융서비스”라는 뜻으로,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 취업 뒤 급여이체 통장으로 이용 땐 0.5% 우대금리 등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대학생 등 젊은층과 호흡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현재보다 미래가치에 중점” 대학생들은 카드 사용액이나 예금액 모두 30대 이상 직장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그만큼 은행으로선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주목하는 것은 ‘잠재력’이다. 한 시중은행 마케팅 담당자는 “자체 조사 결과 학생 때 거래를 시작한 은행을 계속 이용하는 비율이 70%를 넘는다”며 “취업 뒤 급여이체 통장으로 이어지면 카드·대출 등의 부가가치가 함께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30·40대 직장인은 수익은 낼 수 있지만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차라리 수익이 덜 나더라도 단골고객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예전만큼 정보취득이 쉽지 않은 점도 독자적인 세대 마케팅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은행은 그간 가족관계를 기반으로 고객을 관리해왔는데, 정보이용이 엄격해지면서 한 가족이라도 정보공유에 동의하지 않으면 관련 정보를 확보할 길이 없다.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투입 대비 산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락스타 점포 한 곳당 통상적인 점포개설 비용을 웃도는 5억여원을 투자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1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어느 정도의 부진은 예상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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