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촌 다녀온 케이트 블란쳇
흙주머니 만들며 대비하는 주민들
18세 이하 절반 … 각국 지원 절실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케이트 블란쳇이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UNHC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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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49)이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로힝야족 난민촌에 다녀왔다. 영화 ‘토르:라그나로크’, ‘반지의 제왕’ 시리즈, ‘엘리자베스’ 등에 출연한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를 맡아 과거 레바논과 요르단의 난민촌을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60만명가량을 수용해 세계 최대 규모가 된 로힝야 난민촌의 모습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참혹했다.
블란쳇은 런던 헤이마켓호텔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지에서 만난 난민의 절반가량이 18세 이하였다”며 “부모나 남편 등 가족을 잃은 로힝야족 아이와 여성이 겪은 두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어난 지 15일 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을 만났다. 그는 미얀마에서 도망치다 멈춰 아이를 출산한 뒤 다시 계속 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블란쳇은 "난민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열대 몬순 기후에 대비해 스스로 흙을 파 물길을 내고 흙주머니를 만들어 민둥산 계단을 강화하고 있었다”며 “놀라운 적응력과 삶을 향한 긍정적 태도를 봤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Q : 로힝야 여성이 피난 과정에서 성폭력을 겪는 등 여성과 어린이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알고 있다. 난민촌 상황은 어땠나.
A : “유엔 난민기구가 임시 피난처나 식사, 의료 시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기가 곧 올 예정이라 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위생 상태도 매우 취약하다. 상황이 안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규모가 크고 아픔이 깊은 줄은 몰랐다. 3살짜리 동생이 불에 던져지고 형이 총격에 숨지는 것을 목격한 어린이도 있었다. 그 아이가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겪었겠나.”
Q : 미얀마 정부는 난민들이 돌아오길 바라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데, 난민들은 어떤 입장이던가.
A : “내가 만난 이들 모두 미얀마가 자신들의 유일한 집이며, 앞으로도 살아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가기가 겁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더라. 유엔 난민기구도 미얀마로 귀환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Q : 국제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 “한국 정부와 국민은 난민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현재 전 세계에 65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있다. 로힝야족 난민을 돌보는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데도 막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 유엔 난민기구(unhcr.org/givetoday)의 친선대사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알려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싶다.”
Q : 세계적인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성폭력·성차별에 대응하는 타임스업(Time's Up) 캠페인에 동참했는데 한국에서도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피해 사실을 밝힌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학대받은 여성이 나서기는 절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정말 용감하다. 선거권이 주어지긴 했지만 여성은 권력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면서 대화나 협력을 상대적으로 더 추구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이런 환경에 오래 있다보니 미투 운동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는 건 매우 희망적이다. 여성이 고통과 차별을 받는 사회는 장애가 있는 사회다. 이번 방문을 통해 방글라데시에도 위험에 처한 여성과 소녀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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