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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론관]'2020년 총선' 바라보는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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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the300]대통령 개헌안 국회에 왔지만...文, 통큰 결단 없인 종잇조각

머니투데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입법차장실로 '대통령 문재인' 명의의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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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 쯤 지난 2017년 6월 초. 정세균 국회의장과 일본 출장을 같이 갔다. 2박3일 짧은 기간이었는데, 현장 일정 중 정 의장과 개인적으로 국내 현안을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정 의장은 헌법개정(개헌) 얘기를 주로 꺼냈다. 그는 당시 기자에게 “헌정 이후 국회에 개헌특위가 설치되면 100% 개헌이 됐다”며 올해 지방선거 때 개헌 성공을 자신했다.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개헌을 얘기했고, 국회의원 90%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는 게 그의 논거였다. 특위가 설치된다는 건 본격적인 협의가 이뤄진다는 것이고,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개헌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얘기였다.

9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절반만 맞았다. 대통령 개헌안이 나왔으나 국회에서 받을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26일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은 거세다. 여야가 쟁점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갈길이 멀다. 정 의장은 그동안 청와대에 한 발짝 물러서 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아무리 잘 만들어 발의해도,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개헌안은 종잇조각에 불과한 탓이다.

야당은 “개헌의 주체는 국회다”고 강조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선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한국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정치생명을 건 모습니다.

이처럼 탈선 위험에 처한 개헌열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 청와대와 여당은 2020년 총선이 종착점이다. 표면적으론 “다수의 국민이 원하니까”라며 국민 여론을 내세운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지지율이 60% 이상이란 게 근거다. 국민이 원하는 개헌을 꼭 이뤄야한다는 ‘명분’도 주장한다.

그런데 이들의 머릿속엔 2020년 총선이 그려진다. 이번에 개헌이 좌초되면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야당은 호헌세력으로 몰려 2020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거란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기서 '실리'를 찾는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겠다는거다.

야당은 이런 청와대와 여당이 밉다. 대통령 개헌안을 무기로 압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자신들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마냥 거부할 순 없다. 그래도 6.13 지방선거는 피하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2020년 총선보다 당장 눈앞의 지방선거가 두렵다. 2020년이 오기 전에 공중분해될까봐 그렇다.

정 의장은 이런 정치 역학구도를 잘 안다. 그래도 국회를 대표하는 위치에선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 여야가 단일안을 내고, 개헌 시기를 함께 못박으면 지방선거 이후에 추진해도 문제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의장은 이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고, 문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추후 개헌 일정을 못박으며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기를 바란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들을 모아 최대한 협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헌열차가 달리는 길은 미세먼지로 둘러싸인 것처럼 여전히 뿌옇다. 서로 종착점이 다른데, 열차를 함께 탔다고 한곳에서 내리게 할 순 없다.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에 왔다고 국회의 시간이 시작된 건 아니란 얘기다. 결국 순방중인 문 대통령에게 달렸다. 격앙된 야권을 진정시키고, 이들이 협상 테이블에 온순히 앉아 개헌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몫이다. 2020년 총선이 아니라 진짜 '개헌'이 목표라면 결국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설득해야한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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