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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개헌안 전문가 진단] " 이보다 더 대통령 권한을 어떻게 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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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지금 개헌안에는 행정각부에 관련한 대통령의 권한을 빼버렸고 감사원도 독립시켰다”며 “대통령이 사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에서 개헌안에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한 교수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안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권한이 사실상 축소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리석은 주장”이라며 “행정각부에 관련한 권한을 빼버리는 것 만큼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게 어딨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의 역할을 규정한 헌법 제86조 2항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구절 가운데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한 교수는 “대통령 명령 없이도 행정각부를 통할할 권한이 총리에게 주어져 ‘독립총리’ 구현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야당에서 개헌안 발의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적어도 이야기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논의의 장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어야 했다”며 “논의 안하고 국무회의에 회부했다고 주장하는 건 누워서 침뱉기다”라고 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일문일답.

-문 대통령 개헌안을 총평 한다면.

“나름대로 고심해서 만든 거 같다. 국회가 마련하는게 옳다. 하지만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통령 안은 궁여지책 처럼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것 치고는 기본권이나 이런 부분에선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거 같다.”

-기본권 내용 중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시대에 고민해야 할 내용은 성평등과 노동권 두 개다. 노동권은 제대로 반영된 거 같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성 평등은 조금 어중간한 형태로 들어갔다. 성평등 이란 말을 제대로 못 쓰고 풀어 헤쳐놨다. 할 수 없이 해석론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현재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점에서 중간점수는 줄 수 있겠다.”

-노동이란 용어를 근로로 바꾸거나,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등을 포함한 것을 두고는 노동 편향적이란 시각도 있다.

"국민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합리적인 안이다. 괜히 노동이라는 것을 불온시하고 좌익시하는 편견을 뿌리쳤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4년 연임제, 5년 중임제, 혼합형을 채택하는 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정치적인 타협 과정에서 어떻게 결정하는가의 문제다. 국회가 여태까지 제대로 된 안을 내놓은 적 없다. 특히 야당은 더욱 그렇다.

야당 일각에서 혼합형 체제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실체가 없다. 지금 현행 체제도 혼합형이다. 야당이 생각하는 혼합형이 독일형인지, 핀란드형인지, 부탄형인지 특정을 해야 지금 체제와 비교 가능하다. 야당은 법 개정을 하자고 하면서 협상 테이블도 안 만들고 논의체 안 만들고 뜬구름 잡는 주장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나름대로 카드를 내놨다고 보고 싶다. 국회가 논의해서 다른 안을 마련하거나, 그렇게 안하면 대통령 안을 그대로 국민투표 부치거나 둘 중 하나다.”

-국회에서 국무총리 선출 혹은 추천권을 넘기라고 했지만 개헌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무총리 선출권을 누가 갖느냐가 아니라 국무총리가 어떤 권한을 갖느냐를 먼저 규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 선출을 어떻게 할 거냐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논의가 없다. 내치 외치 구분만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일본 군국주의 체제로 넘어갈 수 있다.

지금 개헌안을 보면 총리의 역할을 규정한 헌법 제86조 2항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구절 가운데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가 빠졌다. 국무총리가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다. 책임총리가 아닌 독립총리다. 총리 권한이 상당히 강화된다.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할 건가는 국회에 던져진 몫이다. 대통령이 카드를 제시했다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명령권 밖에 넣어놨다. 아주 큰 카드를 던진 거다. 거기에 대해 국회가 대응을 안하고 있다.”

-한국당에선 여전히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행정각부에 관련한 권한을 (헌법에서)뺀 것 만큼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게 어딨나. 지금은 정부에 관한 모든 업무를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데, (개헌안에선)행정각부를 장악하지 못하고, 감사원도 독립시켰다. 대통령이 사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개헌안 발의 절차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해야 하는데, 이미 청와대가 내용을 다 공개하고 막판에 국무회의에 올려 바로 통과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논의하라고 시간을 줬다. 헌법개정자문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안이 어느정도 나왔고, 청와대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적어도 이야기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논의의 장을 만들자 제안을 했어야 했다. 근데 야당은 아무것도 안하지 않았나. 생트집 잡는 것이다. 국민에 대해서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논의 안하고 국무회의에 회부했다고 주장하는 건 누워서 침뱉기다.”

-대통령이 사실상 개헌안을 다 만들어두고 의견을 수렴한 '관제 개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1987년에 현행 헌법을 만들 때 자기들(보수 진영 인사들) 다 들어가지 않았나. 위원장도 자기들 출신이었다. 그때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권 주지 말자고 하지 그랬나. 자기들이 그렇게 (헌법을) 만들어놓고 엉뚱한 소리 하면 안된다.”

-헌법에 ‘토지 공개념’을 명시한 것에 대해 자유시장경제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 이미 시행되고 있다. 위헌이냐 아니냐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헌법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없는 제도를 새로 만들어 자본주의 시장을 흔든다는 식의 마타도어(흑색선전) 퍼뜨리는 게 잘 못된 거다. 언론에서도 무책임하게 보도한다. 전혀 공부를 안한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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