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해 롯데, 효성 등 대기업 그룹사들과 금융기관 등 549개 기업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한 '슈퍼 주총데이'가 23일 마무리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토대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커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총 거수기'라는 핀잔을 받았던 기관투자자들은 주총 주요안건과 경영진 선임에서 거침없는 의견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 재편과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다만 이날 '슈퍼 주총데이'에서는 다수 기업들의 주총이 한번에 개최됐고, 사전에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한 기업들이 많아 눈에 띄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기업들이 주주들을 의식해 많은 태도변화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KT주총이었다. KT는 이날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고 CEO(최고책임자) 선임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바꾼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정관 변경)을 확정했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은 KT CEO 선임 심사기준에 ‘기업 경영 경험’을 포함하고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외 CEO후보자군을 선발, 최종 CEO 후보를 추천하면 회장후보심사위원회(구 CEO추천위원회)가 심사하는 구조다. 과거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된 권한을 이사회로 분산하는 동시에 ‘기업 경영 경험’을 심사기준에 포함해 정치인 낙하산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KT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과 이강철 사외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법 인사청탁 개입과 정치권 인사라는 점에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서 반대의견 권고가 나오기도 했다.
셀트리온도 이날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6명을 재선임했다. 서정진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됐고 임기만료된 사외이사 김동일, 이요셉, 이종석, 조균석, 조홍희, 전병훈 등 6명이 재선임됐다. 김동일, 이요셉, 조균석 사외이사는 9년째 같은 회사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다는 이유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으나 주주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이날 형편이 어려운 어린 환자들을 위한 ‘희망나눔주주연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설립자금은 20여일 만에 33억원이 모였다.
효성 주총에서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날 효성 주총은 24분만에 끝났다.
롯데쇼핑 주총에서도 신동빈 회장 재선임이 통과됐고 휠라코리아는 기존 윤윤수·김진면 공동 대표 체제에서 윤근창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포함한 경영활동을 지속 관장한다.
네이버 주총에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GIO(글로벌투자책임)가 사내이사에서 빠지고 대신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가 신규 사내 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이 GIO는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사내 이사직에서까지 빠지게 됐다.
이 GIO는 네이버 창업자로 1999년 네이버 설립 때부터 19년 가까이 사내 이사로 활동해왔다. 향후 이 GIO는 해외 투자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강남 삼성동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카카오M’으로 변경하는 동시에 이제욱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제욱 카카오 M 대표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신규 비즈니스와 서비스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동시에 카카오와 협력을 확대해 첨단 IoT(사물인터넷)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K-컬쳐 대표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시스그룹 창업주 손동창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지난 1983년 창업한 퍼시스를 사무 가구 시장 1위에 올려놓았다. 퍼시스는 지난해 매출액 2894억원, 시장점유율 59.3%를 차지했다.
그는 2014년 퍼시스 대표이사로 복귀했다가 지난해 임기가 끝나면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으로 그의 장남인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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