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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기획] STX조선노조 강경투쟁…결국 또 법정관리 가나?… 지역경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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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22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기술관 앞에서 바라본 조선소 전경. 작업자들과 작업한 선박 구조물들이 거의 없어 다소 썰렁해 보인다.2018.03.22. hjm@newsis.com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자력 회생을 모색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 8일 정부와 산업은행이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정비 40% 감축 등 고강도 자구계획안과 사업재편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4월 9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에서 더 이상의 인원 감축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텅텅 빈 도크…한산한 작업장

22일 찾은 STX조선은 말 그대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썰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잘나가던 시절에는 부지 약 100만㎡에 정직원이 5000여명이 넘어 회사에 들어서면 선박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굉음이 엄청났고, 도크에는 건조 중인 대형 선박 서너 척 주변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많은 현장 작업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도크에는 외형을 갖춘 건조 중 선박은 한 척도 없고, 그 자리에는 파도만 출렁이고 있었다. 현장 직원들도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선박 건조의 첫 단계로 이뤄지는 대형 선각공장도 작업자들이 띄엄띄엄 보일 뿐 활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각종 구조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야외 작업장도 거의 비어 있어 STX조선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회사 관계자는 "육상 건조장에는 건조하는 선박이 없어 작업자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현재 700~800명이 출근해 400여명 정도가 내부 작업장에서 장비 점검 등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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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22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내 도크. 건조한 배를 띄워놓고 세부 작업을 하는 곳인데 텅 비어 있다.2018.03.22. hjm@newsis.com


그는 또 "연간 30~35척 건조할 수 있지만 올해는 20척 정도에 맞춰 작업할 예정이다"면서 "현재는 작년 4월에 수주한 국내 선사 1척의 건조를 위한 선박 블록 작업 등이 진행 중이라 다소 한산한 편이며, 이 선박은 오는 9월 인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노사확약서 불발 땐 법정관리 불가피"

회사는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장윤근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담화문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의 고강도 자구계획 요구에 따라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4월 9일 이전에 노사확약이 없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어 노사확약서가 제출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중단과 기존 수주 계약 선박 파기, 대외 신용도 추락에 따른 수주 활동 중단으로 이어져 회생보다는 청산으로 가게 될 것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고강도 자구계획 이행 방안으로 소형가스선 중심이 수주 확대, 창원 R&D센터 건물 등 불용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으로 생산직의 75%에 해당하는 인건비 감축(500명), 학자금 및 장기근속 포상금 전면 중단, 상여금 300% 삭감 등을 마련했다.

이의 실천을 위해 회사는 우선 오는 30일까지 생산직 대상 희망퇴직과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목표 인원에 미달 시 권고사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인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은 잘 알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노조에서는 회사의 존속을 위해 어떤 것이 중요한지 신속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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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22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야외 작업장. 선박 내부와 상부 등에 들어가는 각종 구조물을 제작하는 곳인데 한산한 모습이다.2018.03.22. hjm@newsis.com


◇노조 "인원 감축 결사반대…전면파업 불사"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STX조선지회는 "회사 측의 인적 구조조정이 포함된 자구계획안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그동안 4차례의 구조조정으로 많은 조합원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조합원들도 힘겹게 지내는 상황에서 또다시 생산직의 75%인 500명을 자르겠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으로, 인원 감축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은 없으며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임금 삭감 등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재 인원으로도 현장 작업을 원만하게 수행하기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로 감원을 한다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21일 오후 회사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함께 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서 노조는 22일과 23일 4시간씩 경고성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사측의 인원 감축 계획 철회가 없으면 오는 26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규직을 자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워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워 죽음의 공장으로 변모하는 STX조선의 미래를 우려한다”면서 “오는 24일과 4월 4일 서울 상경 투쟁으로 노동자를 기만한 이 정부를 심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각계 반응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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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지난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정문에서 열린 금속노조경남지부와 STX조선지회의 파업선포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회사의 인원 감축 포함 자구계획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03.22.(사진=STX조선해양 제공) photo@newsis.com


경남도와 창원상공회의소는 정부의 STX조선 관련 발표가 있고 난 뒤 STX조선해양이 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고 보고 정부에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정부 등에 건의한 바 있다.

창원시도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돕기 위해 힘을 보태고 나섰다.

창원시는 지난 20일 ‘지역 경제 위기 극복 대정부 건의문’을 청와대, 국회, 국무총리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KDB 산업은행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STX조선과 관련, 한국 조선산업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따라 회생 조건으로 제시한 구조조정 범위 완화와 기간 유예, RG 미발급된 4척의 수주에 대한 조속한 RG 발급, 지역의 고용위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고용 위기지역 지정'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창원시는 지역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와 경남도, 지역 경제 관계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STX조선과 한국GM의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STX조선 주변 상인들도 조속한 정상화를 기원했다.

회사 인근 진해구 웅천마을의 한 식당 업주는 "수년 전부터 STX조선 직원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영업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지만, 지역경제를 위해 회사는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노사가 합심해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라며, 잘 안 되면 지역의 자생단체들에 협조를 요청하면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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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22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정문 앞 도로변에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에서 부착한 '촛불로 이루어낸 촛불 정부, STX조선 노동자 희망의 촛불 외면 말라' 등 내용의 여러 펼침막이 눈길을 끌고 있다.2018.03.22. hjm@newsis.com


이처럼 각계의 지지에도 STX조선의 앞날이 마냥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이 다가오는데 노조에서는 인원 감축 반대를 내세우며 강경투쟁을 선언한 때문이다.

특히 사 측은 인원 감축은 정부와 채권단에서 요구한 사항이어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태도다.

따라서 오는 4월 9일까지 노사확약서 제출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며, 이에 따른 정부와 채권단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STX조선이 다시 법정관리로 갈지, 아니면 극적인 노사 합의로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될지에 도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h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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