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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방어권 행사? 초법적 요구?… 대통령들의 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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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변호인단, 조건부 영장실질심사 요구
朴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 증인도 불출석
“위법은 아니니까”vs.“법 질서 무시하나”

조선일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 언론사 카메라가 놓여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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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방어권 행사인가, 전직 대통령 지위를 활용한 초법적 행위인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각각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과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대응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로 잡혔었다. 하지만 21일 오후 법원은 심문기일을 취소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검찰과 법원에 각각 다른 내용을 통보하면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 “소환조사에서 입장을 밝혔다”며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법원에는 변호인단이 출석해 소명하겠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통상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은 서류심사를 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채 검찰과 변호인만 참석한 상황에서의 영장실질심사를 원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이 발부될 경우 피의자와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없다”며 “구인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문기일이 열릴 경우에만 변호인이 출석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조건부’ 영장실질심사를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사건을 “중요하지만 통상의 형사사건과 같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통상의 형사사건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가 주장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을 이 전 대통령 측이 내세운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관례’와 맞지 않지만 법규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관련 법규에는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과 변호인단만 출석한 상황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열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은 채 검찰과 변호인만 참석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전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심문 기일을 다시 지정할지, 취소하고 서류심사로 진행할지 고심하다 23일 오전 서류심사만 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하는 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했다. 이 역시 통상적 관례에서 벗어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의료법 위반 혐의 1심 재판 당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구인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구인장을 강제 집행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구인장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강제 집행했을 때의 역풍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구인장 집행을 거부하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이같은 행위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나 이 전 대통령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법테두리 안에서 주어진 방어권을 충실히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직 대통령이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이에 따르는 사법기관의 호의를 자신들의 권리로 인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높으신 분들은 그동안의 관례와 법 질서를 무시해도 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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