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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 관세폭탄 앞두고 중국 "모든 필요조치로 권익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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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 성명 경고... 관영매체 연일 미국산 대두 규제 촉구...보복경고⋅개방 강온 전략
인민은행 “지불결제시장 외자 허용”⋅ 은행 증권 외자 지분제한 폐지 시장개방 일정 곧 발표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관세폭탄 예고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권력체제를 다진 중국이 보복 경고와 개방 행보를 동시에 선보이는 강온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바이두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 예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겨냥한 경제보복을 경고하는 동시에 지불결제시장에 외자 진입을 허용하는 등 강⋅온 투트랙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2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국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보도에 주목한다”며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이 훼손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하겠다”(리커창 중국 총리)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 부과로 인한 중국의 손실에 기초해 효력있는 조치로 (중국의)정당 권익을 결연히 수호하겠다”(왕젠 상무부 무역구제국장)는 종전의 입장에서 톤을 높였다.

이날 성명은 로이터통신 등이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오후 12시30분(중국시간 23일 오전 0시 30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에 서명한다고 보도한 이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15일 안으로 '관세 보복' 대상이 될 전체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상 품목이 신발과 의류 등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한 제재는 USTR가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를 바탕으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중국산에 부과할 관세규모에 대해 로이터는 600억달러, NYT는 500억달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재무부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고 관리 감독할 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21일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시장 원칙을 부정하는 중국식 국가주도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는 완전히 부적합하다는 게 증명됐다”면서 직접 대응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칠레 산티아고를 방문 중인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로이터에 "우리는 대통령이 고려할 수 있는 (중국의 투자 제한) 옵션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며 "우리는 무역 적자를 줄일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지난해에도 2758억달러(중국 통계 기준)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 지렛대로 사용한 북핵문제 카드를 대만 카드로 교체하는 모양새다. 대만 여행법에 서명한데 이어 국무부 고위관리를 대만에 보내 중국의 마지노선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면서 동시에 관세폭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개방 행보로 당근 제시

중국은 개방확대 신호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장치웨(章啓月) 총영사는 21일 주미 중국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서 "더 많은 시장개방 조치들이 올해 도입될 것이며, 상당수 조치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허(劉鶴) 신임 부총리가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한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장 총영사가 이날 언급한 제조업의 전면개방과 의료 교육 양로 등 서비스시장의 외자 지분제한 완화 또는 취소 등 시장개방 확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일 기자회견에서 “이성을 갖고 무역전쟁을 피해야한다”며 거론한 개방조치와 다르지 않다. 이강(易綱)신임 인민은행 총재도 선출 직후 중국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4월 보아오포럼에서 금융 개혁 개방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한 은행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에 대한 외자기업 지분제한 철폐 조치의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날 인민은행은 지불결제시장에 외자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방 정책을 공개했다. 중국에서 법인을 설립한 외국기업이 지불결제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중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인민은행은 밝혔다. 중국의 지불결제시장은 2013년 18조위안에서 지난해 169조위안으로 급팽창했다.

하지만 중국의 지불결제 시장은 260여개 비(非)은행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어 구조조정이 진행중인데다 온라인 결제시장을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두 곳이 90%이상 지배하고 있어 진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 지반 지역 농산물 보복 관세 등 위협

조선일보

중국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이뤄질 경우 즉각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내보내면서 정부 싱크탱크 연구원과 관영 매체를 통해 구체적인 보복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대두 등 농산물 수입규제가 대표적이다.

팡진(方晋)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21일 일대일로 100인포럼 기고문을 통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스윙스테이트(부동층주)인 오하이오 펜실바니아 플로리다의 대중(對中) 수출 상위 품목을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수입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는 운수설비, 농산품, 화학제품 순으로, 펜실바니아는 컴퓨터 및 전자, 화학제품, 기계제품, 플로리다주는 금속, 폐소재, 운수설비 등의 순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2일 사설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규제는 매우 쉽게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의 대체재를 찾지 못해 수입규제를 할 경우 식용유와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일부 미국인의 시각은 오만하고 유치한 생각이라고 폄하했다. 사설은 브라질이 이미 중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이라며 중남미와 러시아 대두가 미국산 대두를 중국시장에서 밀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21일엔 평론가 단런핑(單仁平)의 컬럼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미국산 대두의 덤핑 때문에 중국의 콩 농가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20일 사설에서 “보조금을 받는 미국산 대두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취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된 미국산 대두는 124억달러로 전체 수출량의 절반에 달했다.

WSJ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보복 수단에는 미국 팜벨트(농장지대) 주에서 수출하는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대두 돼지고기 등에 부과할 추가 관세 수준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 중국 수입품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두와 돼지 생산량 상위 10개 주 가운데 8곳에서, 수수 최다 생산 10개 주 가운데 7곳에서 승리했다. 중국은 2월초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자기가 팔고 싶은 것은 사라고 강요하면서 중국이 사고 싶은 것은 거절하는 가운데 무역 불균형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가"라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화 대변인은 앞서 21일엔 “누구와도 무역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지만 중국으로 하여금 무역전쟁을 강요한다면 두려하지도 숨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면 중국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자신의 정당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분쟁 해결사로 투입되기 위해 최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서 국가부주석으로 선출된 왕치산(王岐山) 전 당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트럼프의 공세에 어떤 대응카드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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