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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윤동주·한용운 詩로 한국 미리 공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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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부임한 스미스 영국 대사, 한국 여행하고 문학 읽으며 준비

조선일보

"전국을 두루 다녀야죠. 부산, 대구, 울산, 강원도, 태안반도는 이미 가봤으니…. 참,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는 합천 해인사 템플스테이는 정말 멋졌습니다." 사이먼 스미스(60·사진) 신임 주한 영국 대사의 말이다.

21일서울 영국대사관저에서 취임 간담회를 가진 그는 이미 한국에서 몇 해 근무한 양 한국 경험을 술술 풀어놓았다. 인왕산 자락길 윤동주 언덕을 찾았을 때 봤던 짧고 간결한 시구가 인상적이었다고 했고,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성북동 심우장도 좋았다고 한다. "염상섭의 '삼대(三代)' 영역본을 읽고 있는데 곧 한국어판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보름 전 취임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는 해외 파견 대사를 일찌감치 선발하는 영국 외무부의 인사 제도 덕을 봤다. 영국 외무부는 해외 주재 대사들에게 통상 부임 1~2년 전 임지를 알려준다. 일찍 가서 1년 안팎 그 나라의 언어, 역사, 문화 등을 배우도록 한다. 외교관 경험 없는 인사를 정치적으로 발탁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영국의 대사급 외교관들은 이런 과정에 익숙하다. 스미스 대사는 2016년 주한 대사로 내정됐고, 지난해 고려대 등에서 6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 이날 3분가량의 간담회 모두발언을 한국어로 했다.

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 대사 등 30년 넘는 외교관 생활을 통해 그는 "주재국을 이해하는 빠른 길 중 하나가 문학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김재석 경북대 국문과 교수를 찾아가 강의도 듣고 '20세기 한국 문학 필독 추천 목록'도 받아왔다고 한다. "최대한 많이 읽고 귀임 전 교수님을 찾아가 '이만큼 읽었다'고 자랑할 겁니다."

남북·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로 최근 결정된 것에 대해 스미스 대사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 압력이 결과를 내 면서 좋은 기회가 생겼고 적극 도울 것"이라며 "원자력 관련 경험이 많은 영국이 향후 북한 비핵화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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