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 수령의 송덕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얼마 전 대관령에서 당황스러운 기념비를 봤다. 대관령 옛길 정상의 동해 바다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절묘한 자리다. 거북이 모양의 받침돌과 용틀임하는 조각의 지붕돌을 제대로 갖춘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석이었다.
그런데 층층이 쌓은 돌계단을 힘들게 올라 보니 힘이 쭉 빠졌다. ‘동해 영동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였다. 실제로 길을 닦은 근로자도 아니고 한국도로공사 감독원의 노고를 치하하는 비석이었다. 끝에는 1975년 당시 도로공사 사장의 이름을 새겼다. 당연히 감독원들의 노고도 컸을 것이다. 그럴수록 알맞은 크기의 기념물이 적당한 자리에 있어야 제대로 기념이 되지 않을까.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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