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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혼자만 공부 잘하면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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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안고 선생님의 고교플래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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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을 줄 압니다. 학생들은 우리 반 친구는 어떤 친구들이고 선생님은 어떤 분들일지가 최대 관심사일 겁니다.

학기 초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은 두려움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의 관계는 입시 위주 환경에서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배움과 두려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는 책의 제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학생들이 관계 안에서 평화를 누리지 못한다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선생님들은 첫 수업시간에 교과 내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을 소개하고 학생들끼리도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제가 속한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에서는 학기 초 가정방문 활동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저는 초임 시절 남자반 담임이었을 때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학생들을 몇 그룹으로 나눠 집으로 초대하고 ‘담임과 1박2일’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학기 초 관계가 세워지면 학생들은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배움에 집중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에서 ‘관계’는 개인적인 의미를 넘어 미래 핵심 역량 가운데 하나인 ‘협력’이라는 가치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뛰어난 개인이 모든 일을 처리하던 시대는 가고 집단지성의 협력이 중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직까지 친구들과 협력하는 일에 서툽니다. 외둥이거나 형제가 있어도 한 명인 경우가 많고 교육환경도 협력보다는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안고에서는 경쟁적인 학교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선후배 간 멘토링과 동료 간 학급 멘토링을 적극 권장합니다. 선후배 간 멘토링의 경우, 엘에스피(LSP) 프로그램(진로탐색·플래닝교육·독서교육을 결합한 학생 성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선배 멘토 한 명이 네 명의 후배 멘티들을 매주 한 번씩 멘토링해주면서 학교생활 안내부터 시작해 학업과 진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멘토링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주간계획 실천내용 피드백하기, 대안 세우기, 다음주 계획 세우기 순으로 진행합니다. 한 주간 플래너에 적힌 일일 피드백을 기초로 주간 피드백을 작성하고 각자 한 주간 ‘목표’와 ‘목표 달성률’을 돌아본 뒤 둘 사이에 차이가 생긴 이유를 멘토링 모둠에서 솔직하게 나눕니다. 이 과정에서 선배 멘토는 멘티들의 문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죠. 예를 들어, 목표 달성률이 낮은 멘티에게는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었다거나 일의 우선순위를 세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보라는 등의 조언을 합니다. 그러면 멘티들은 힘을 내서 각자 다음 한 주의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멘토링을 마무리합니다.

후배들은 선배들 덕분에 학교생활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돕다 보니 스스로 더 성장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성장한 학생들은 졸업해서 대학생 멘토가 되어 후배들을 돕습니다.

동료 간 학급 멘토링의 경우, 플래너를 잘 쓰는 엘에스피 멘티 가운데 각 반 친구들의 멘토 구실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학급 친구들은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던 엘에스피 멘티 친구가 플래닝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계획성 있게 생활하고 공부하는 데 관심을 기울입니다. 지난해 엘에스피 멘티였던 최민주양이 학급 친구들에게 멘토링을 진행하며 친구들의 시간 관리 능력과 플래닝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이 일지(사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렇게 학급 멘토링 과정에서 습관을 잡고 성적도 오르게 된 친구들이 고마움을 담아 멘토 친구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올해 좋은 친구와 선생님들을 만나 개인적으로 성장할 뿐 아니라 그 열매를 주변 친구들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시기 바랍니다.

최원(안산 경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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