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사의…"금융당국이 무릎 꿇은 역사적 사건…충격"

하나금융 좌불안석 "사안 중대…노코멘트"

"관치 프레임으로 압박 무리" 지적도…일각선 역풍 우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사의 표명에 금융권이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던 금융당국이 금융사와의 싸움에서 맥없이 무릎을 꿇은 '역사적인 사건'으로도 해석한다. 일각에선 수장 교체의 치욕을 안은 금융당국이 작심하고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청와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오전 최 원장이 임직원 메일을 통해 "(채용 연루 의혹 관련) 특별검사반을 구성해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지 반나절만이다.

지난 10일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지난 2013년 대학 동기 L 씨의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 원장은 "채용 관련 연락을 단순히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 채용을 문제 삼아 검찰에 해당 조사 내용을 넘겼지만, 문제 삼은 사례에서 최 원장의 얘기는 빠져 있었다.

최근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등에서 무혐의를 받으면서 한숨 돌린 하나금융은 예상치 못한 사의 표명에 당황하고 있다. 최 원장 의혹을 제기한 배후로 하나금융이 지목되는 만큼 향후 조사 결과에 따른 부담 또한 커지게 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의 표명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지배구조 이슈로 당국 눈치를 보던 다른 금융회사들도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향후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칼을 휘둘렀다가 무도 못 자르고 당국 수장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며 "후임 원장이 오더라도 섣불리 칼을 휘두르기 힘든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관치 프레임이 여론에 치명적이라 예전만큼 당국이 권위를 세우기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당국이 그간 금융회사 압박에 무리하게 나섰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KB 사태 관련 징계 번복 논란 등에 휩싸여 사의를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금융회사와 정면충돌 양상에서 수장이 사의 표명으로 백기를 든 전례를 찾기는 어렵다.

최흥식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인한 불똥이 튈 가능성에 우려 섞인 반응도 보였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총을 앞둔 하나금융 입장도 난처할 것"이라며 "다른 금융회사의 일이지만 어떤 파문이 일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사임한 후에도 특별검사단을 예정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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