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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한국 국민에 선의를 보이는 일과 살인자 옆에 서는 일 균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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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방한 전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취미까지 꼼꼼히 고려했다는 보도가 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당시 대북 문제와 관련한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메시지를 지닌 채 방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방카 보좌관, 백악관 관계자, 의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종합한 기사를 통해 지난달 방한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았던 이모저모를 공개했다.

WP에 따르면 이방카 보좌관은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문가들에게 북핵 문제는 물론, 문 대통령 부부의 관심사까지 아우르는 질문 폭탄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행 비행기에서는 관련 보고서를 여러 시간 동안 탐독하고, 폐막식 현장에서 북한 측 인사가 먼저 악수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비롯해 방한 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참모진과 미리 시나리오를 짜고 철저히 준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사전조사를 통해 이방카 보좌관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부부와 매끄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WP는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 때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K팝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 것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방카 보좌관은 만찬 당시 대화를 100% 이끌었으며, 문 대통령과 금방 좋은 관계를 이뤘고 특히 영부인과는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였다"고 밝힌 바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히 준비하고자 하는 본인의 성향에 대해 이방카 보좌관은 "나는 많은 것을 운에 맡기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의 방한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있던 'VIP 박스'에 함께 앉은 일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을 환영하고 행복해하는 한국 대중의 눈앞에서 선의를 재확인하는 일과 수많은 사람을 죽인 남자의 곁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져 있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은 단순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술회했다.

또 이방카 보좌관은 극히 민감한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방카 보좌관의 지난달 평창 방문은 적잖은 외교적 중요성을 띠었으며,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 선택의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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