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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중구난방 1회용 인공눈물 용량 정해 약가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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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식약처 상반기 개정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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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0.2㎖부터 1.0㎖까지 천차만별이었던 '1회용 점안제(인공눈물)' 용량을 올 상반기 중 0.4㎖ 내외로 규격화할 전망이다. 또 그동안 제약사들이 1회용으로 허가를 받아놓고서도 점안제 용량을 높여 소비자에게 더 높은 약가를 적용해오던 꼼수를 막기 위해 규격화한 용량을 넘어서는 제품을 내놓더라도 동일한 약가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고용량 점안제를 한번 사서 여러 번 두고 쓰던 비위생적 관행이 사라지는 한편 점안제 약가도 떨어져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1회용 점안제를 구매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회용 점안제 약가재평가 법적근거와 기준을 규정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안을 재행정예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20일까지 제약사 의견을 듣고 4월부터 적정 용량과 가격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돌입해 6~7월께 마무리할 것"이라며 "점안제 1회 사용에 적당한 용량을 기준으로 보험 약가를 정하고 그보다 용량이 큰 제품에도 동일한 가격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0.4㎖를 1회용 점안제 용량 기준으로 정하면 이에 맞춰 보험약가를 결정하고 0.6㎖, 1.0㎖ 등 더 많은 용량을 담은 점안제에도 동일한 보험 약가를 적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제약사들이 고용량 제품을 판매할 유인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약가도 하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4년 97만명 수준이던 안구건조증 환자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요인이 많아지면서 2016년 224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철에는 안구건조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만 매년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1회용 점안제 시장도 2015년 1500억원, 2016년 1700억원, 2017년 2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회용 점안제 시장은 적정 용량·가격을 놓고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엇박자를 내면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2015년 말 식약처는 1회용 점안제 허가사항을 '사용 후 즉시 폐기할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고용량 점안제를 생수병처럼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리캡(Re-Cap) 용기에 담아 판매해왔다. 식약처에서 밝힌 1회 사용 적정 용량은 0.03~0.04㎖지만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1.0㎖ 포장의 경우 25번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1회용 점안제를 생산하는 제약사 유니메드는 "리캡 용기에 담긴 제품이 재사용을 부추기고 세균 오염 등으로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단체와 국회에서도 제약사가 허가를 1회용 점안제로 받아놓고 정작 보험약가가 높은 고용량 제품을 판매해 수천억 원대 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후 식약처가 제품명에 1회용 병용기재 의무화, 1회용 점안제에 휴대용 보관용기 동봉 금지, 안전사용을 위한 소비자 교육·홍보 등 재사용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고용량 점안제 판매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식약처가 사용 후 즉시 폐기하는 1회용 점안제 시장 정착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복지부가 고용량 점안제에 더 높은 약가를 주는 정책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사 시럽제 가글용제 등은 식약처가 허가한 용법·용량에 따라 약가가 정해진다. 1회 투여량이 1㎖이면 1㎖ 포장 기준으로 보험약가가 정해진다. 그러나 1회용 점안제만 예외적으로 용량이 클수록 더 많은 약가를 적용했다. 0.4㎖ 제품의 경우 약가가 200원가량이지만 1㎖ 제품은 400원 이상으로 산정돼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용량에 따른 원가 차이는 거의 없는데 정부에서 고용량일수록 더 높은 약가를 주다 보니 제약사 입장에선 굳이 1회용 기준에 맞춘 저용량 제품을 생산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복지부가 용량 규격화를 통한 약가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비자들은 규격화한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제약사들은 "재사용이 안전을 위협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과의사회도 "진료 현장에서 고용량 점안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의사 처방권과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제약사 대상 비공개 설명회를 통해 히알루론산나트륨 0.1% 성분의 1회용 점안제 적정 용량과 보험약가는 0.4㎖당 170원이라고 밝혔지만 제약사들은 "약가가 너무 낮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제품 품질도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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