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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WSJ "비트코인은 죽더라도, 블록체인은 살아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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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물 A가 돼지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돼지고기를 판매한 유통회사 월마트 측에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전 같았으면 진상을 파악하기까지 2주 이상이 소요됐지만 월마트는 유통 이력을 조회해 단 몇 초 만에 돼지고기가 상한 원인을 찾아낸다. 돼지고기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만들어진 안전이력서 ‘블록체인’ 덕분이다.

다국적 소매 유통 체인 업체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식품 안전 수호에 나섰다. 먹거리 안전을 주도해 앞으로 연평균 7% 성장이 예상되는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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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한 IBM에 따르면, 각 유통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는 블록체인을 통해 영구 기록된다./월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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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 시각) ‘비트코인은 죽더라도, 블록체인은 살아남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블록체인은 클라우드 기술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자체는 중앙 서버에 지나지 않지만, 많은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준다는 면에서 블록체인과 닮았다.

WSJ는 “블록체인에 비트코인만 있는게 아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의 통제 없이 개인과 개인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 2022년 블록체인 시장 11조원으로 성장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블록체인 시장이 2022년 100억 달러(약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전자상거래는 서로 다른 수많은 개인과 기관, 기업이 제각기 다른 정보 저장 수단을 사용해왔다. 인터넷 망으로 실시간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 직접 확인한 뒤 각자 저장 장치에 맞는 형식으로 입력했다. 타 은행 수표를 입금했을 때 실제 통장에 입금되기까지 2~3일이 걸리는 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은행에서 수표를 진짜 발행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각 은행은 블록체인을 형성하는 컴퓨터가 되고 블록체인을 보유한다. 수표를 발행하면 해당 정보가 블록에 기록되고 이 블록은 블록체인을 가진 모든 은행 컴퓨터에 공유된다. 다른 은행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모두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그 동안 2~3일이 걸리던 거래를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0~40년을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앞으로는 블록체인이 30년 이상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월마트, 유통 과정 단계마다 블록체인에 기록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월마트는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식품을 전달하는 각 과정의 단계마다 먹거리의 원산지 정보와 배치 번호, 공장 및 가공 정보, 운송 세부 사항 등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에 실시간 기록한다.

월마트의 첫 시도는 돼지고기였다. 먼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자는 돼지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해 사육 환경과 사육 방식을 블록체인에 실시간 저장한다. 이후 가공 업체는 가공 정보를 센서에 입력함으로써 도축 과정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운송 과정에서 부착된 센서는 온도와 습도, 물리적 충격 등을 측정해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그다음 도소매 업체는 포장지 센서에 판매 환경 등의 관련 정보를 입력한다.

해당 기술을 월마트에 제공한 IBM에 따르면 각 거래에서 수집된 정보는 블록체인을 통해 영구 기록된다. 이 정보들은 제품의 식품 안전 문제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데이터로 사용된다.

IBM 관계자는 “블록체인에 의해 생성된 기록은 소매점이 개별 매장에서 제품의 유통기한을 보다 잘 관리하고 식품 신뢰성과 관련된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유통 공급망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기존의 종이 추적과 수동 검사 시스템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 코닥, 사진 저작권 지불 수단 개발중

코닥은 지난해 말 블록체인 사진거래 플랫폼인 ‘코닥원’을 열고 이 플랫폼 안에서 쓰일 가상통화 ‘코닥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에 사진의 저작권 정보를 저장하고 스마트 계약으로 사진거래 결제까지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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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은 사진거래 플랫폼에서 사용될 가상통화 ‘코닥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코닥


방식은 이렇다. 원작자가 사진을 등록하면 저작권 정보가 입력된 블록(데이터)이 형성된다. 소비자가 사진을 내려 받으면 스마트 계약에 따라 원작자에게 즉시 코닥코인으로 저작권료가 지불된다. 소비지와 원작자는 거래정보가 담긴 장부를 분산해 소유하는데 거래정보가 계속 업데이트 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게티이미지’ 등 기존 사진공유 플랫폼에서처럼 과도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원작자 역시 저작권료를 더 높이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코닥은 ‘사진 명가’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불법 도용 사례를 찾아내 저작권 관리 수입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IBM은 금융 기관이 블록체인을 사용해 국경 간 결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서비스를 개발했다.

IBM측은 “남태평양 사모아의 한 농부가 인도네시아의 구매자와 무역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해당 블록체인 서비스는 계약 조건을 기록하고 무역 문서를 관리하며 농부가 신용장을 받아 즉시 지불함으로써 거래를 완료하게 하는 과정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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