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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인권위 “합숙형 인성교육은 행복추구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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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여대 합숙형 바롬인성교육 1학년 3주 2학년 2주 진행

“일상생활 과도하게 제한…합숙 폐지 또는 선택권 보장해야”

서울여대 “합숙 불가능할 경우 입사 연기 가능” 해명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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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교내에서 의무적으로 합숙을 시키며 진행하는 인성교육은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여자대학교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최대 5주간 합숙을 하며 진행하는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여자대학교 총장에게 “강제적인 합숙 방식을 폐지하거나, 합숙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학생들이 합숙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성인인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인성교육 내부지침을 점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울여대 학생 ㄱ씨는 지난해 3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바롬인성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바롬인성교육은 서울여대의 교양필수 인성교육 과목으로 1학년은 3주, 2학년은 2주 동안 학교에서 합숙을 하며 진행된다. 합숙교육 시 교육생들은 아침 7시15분부터 8시45분까지 영어교육을 받는다. 낮시간 동안 학교 수업 등을 받은 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는 소집단 교육활동을 하고, 이후 밤 10시까지 생활교육교사와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잠자리에 든다.

ㄱ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과목을 듣는 동안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합숙기간 동안 학생들의 외출·외박, 음주·흡연, 외부음식 반입 등도 통제됐고 위반할 경우 학점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인권위는 이같은 피해는 ㄱ씨 뿐만 아니라 재학 중인 모든 학생들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했고, 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들을 확인했다.

서울여대 쪽은 “합숙은 공동체의식 함양을 위해 필요하고, 합숙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입사를 연기해 주거나 비합숙 과정을 개설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권고문을 통해 “학문 연구의 자주성과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헌법과 법률로 보장되는 개인의 기본권이나 권리의 행사를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인권위는 “조사 결과 반드시 합숙을 통해야만 인성교육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지 합리적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은 정형화되어 있는 방법이나 규칙의 강제로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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