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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스웨덴, 차별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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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인터뷰]박현정 주한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

머니투데이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스웨덴 대사(왼쪽)와 박현정 주한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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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나라 스웨덴.

잘 갖춰진 복지는 국민들의 높은 행복지수로 이어진다.(UN 발표 '2017 세계행복보고서' 기준 세계 10위) 우리도 스웨덴의 복지를 부러워하며 배워보려는 노력도 많이 했다. 하지만 '헬조선', 'N포 세대' 등 암울한 현실에 대한 울부짖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스웨덴이 우리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가능한 복지가 우리는 안 되는 이유는 왜일까? 혹시 제도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봐야 할 부분을 놓친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머니투데이는 대한민국에서 스웨덴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인 박현정 주한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을 만나 스웨덴이 지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박 실장은 2013년 스웨덴 국왕이 자국과의 친선과 협력에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북극성 훈장을 받았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 30여 명 중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수상자다. 박 실장은 최근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스웨덴대사와 함께 스웨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책(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으로 펴냈다.

박 실장은 스웨덴의 '모든 종류의 차별을 거부하는 인식'을 강조한다.

"책 중에 스웨덴 동성결혼 1호 미칼엘 슐츠의 인터뷰가 있는데 그 분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나는 동성애자라는 것을 드러내면서 페스티발에서 이상한 옷 입고 하는 이런 것에 반대한다. 이성애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만나는 것을 즐긴다. 동성애와 이성애는 그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일 뿐이다'라고요. 그게 스웨덴에서 동성애를 보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인식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대가 있었다. 미카엘 슐츠의 경우도 어머니는 그 모습 그대로 인정을 해줬지만, 아버지는 평생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받아들여주는 곳이 된 게 스웨덴이라는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즉 지금도 스웨덴 국민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스웨덴이라는 사회는 소수자를 모두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스웨덴에서는 동성애자 뿐 아니라 여성, 어린이, 외국인 등 차별의 종류를 두지 않고 어떤 종류의 차별이라도 반대합니다. '여성을 차별하지 마라' 이런식으로 어떤 종류의 차별을 따로 구분해서 얘기하는게 없어요. 예전에는 성차별 반대하는 옴부즈만(감시기구), 어린이 권한을 위한 옴브즈만 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평등 옴브즈만'으로 통합해서 모든 차별을 감독합니다. 나와 다르다 해서 그 다름을 불편해하지 않는 곳, 다른 사람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문제를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개인이 자유로운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한 곳이 스웨덴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결국 출산율과 복지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10여년 간 100조원에 이르는 돈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에 반해 스웨덴은 별도의 출산 정책 없이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상위권의 출산율을 나타낸다. OECD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이 1.2명일 때 스웨덴은 1.9명이었다.

"스웨덴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든 사람이 근로에 참여해 노동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금을 내고, 사회로부터 돌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도 '여성을 위한 정책' 이런 것이 아니라, 그냥 모든 사람이 일을 하면서도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엄마 뿐 아니라 아빠도 부모니까요. 스웨덴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일에 참여할 수 있게끔, 그것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그만큼 개인은 사회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죠. 이 때문에 남성, 여성 노동 참여 비율이 비슷합니다. 또 자신이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비중도 70%에 이르는 등 양극화도 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웨덴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처럼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보고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인식은 스웨덴 내에서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눈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일례로 스웨덴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를 때 한국정쟁이 발발하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의료진을 보내고 부산에 야전 병원을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 국립의료원의 전신이다.

"스웨덴의 개도국 등에 대한 ODA(공적개발원조)가 전체 GDP의 1% 정도 됩니다. 굉장히 높은 수치인데, 그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없어요. 인구 1000만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합의를 할까, 저는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지구에 대한, 전 세계가 잘 사는 것에 대한 이런 인식이요. 스웨덴 보다 인구가 많고 더 잘 사는 강대국들도 못하는 것을 스웨덴 사람들은 생각해냅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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