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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삼성 '갤럭시S9' 자급제폰 출시...시장 열리고, 알뜰폰 숨통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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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9일 ‘갤럭시S9’ 자급제폰을 출시했다. LG전자도 하반기에 자급제폰으로 프리미엄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자급제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자급제 시장 확대는 알뜰폰 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자급제폰은 소비자가 이동통신사가 아닌 곳에서 공기계를 구입해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해 쓸 수 있다. 주로 중저가 제품이 자급제폰으로 공급됐는데,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모델인 갤럭시S9을 자급제폰으로 공급하면서 알뜰폰 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값싼 요금을 찾는 소비자가 기존 3대 이동통신사가 아닌 알뜰폰으로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삼성전자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S9’이 출시된 9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사전구매 예약자들이 제품을 수령하고 있는 모습. / 심민관 기자



◇ 갤럭시S9 자급제폰 출시…자급제 시장 태동 준비 ‘완료’

이전에도 국내에 자급제폰은 있었다. 하지만 종류가 많지 않았고 최신 프리미엄 제품은 찾기 어려웠다. 이동통신사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도 10% 가량 비싸 자급제폰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외산폰 업체들이 자급제폰 형태로 국내 진출을 시도해 단말기 종류 확대를 꾀했지만 자급제폰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단말기 보조금 혜택을 줄수 없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자급제폰 시장 무덤으로 꼽혀왔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 스마트폰 판매량 중 자급제의 비율은 8%에 불과했다. 글로벌 평균(61%)보다 현격히 낮았다. 주요 국가 중 스마트폰 판매에서 자급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보다 낮은 곳은 일본(5%)밖에 없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 제도가 2014년 10월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포함되면서 자급제폰 시장에 희망이 자라기 시작했다. 시행 초기에는 요금할인율이 10%대에 불과해 이동통신사가 주는 단말기 보조금보다 할인금액이 적어 자급제폰 시장이 활성화되진 못했지만 작년 9월부터 25%로 요금할인율이 상향됨에 따라 자급제폰 시장이 활성화 될 기본 조건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남은 문제는 자급제용 단말기 종류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동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대량 매입해 출고가를 10% 가량 낮춘 단말기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도 자급제 시장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였다.

삼성전자(005930)가 자발적으로 최신 프리미엄폰 갤럭시S9을 자급제폰으로 내놓으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단번에 해결됐다. 가격도 동일하게 맞췄다. 갤럭시S9 자급제폰의 출고가는 이동통신사폰과 동일하다. 갤럭시S9(64GB)는 각각 95만7000원, 갤럭시S9+(64GB)는 각각 105만6000원이다. 이를 두고 국내 자급제폰 시장이 태동할 조건들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 교수는 “25% 요금할인제 하에서 삼성이 자발적으로 자급제폰을 출시함에 따라 자급제폰 시장 확대를 위한 선결 조건이 충족된 셈”이라고 말했다.

LG전자(066570)도 하반기부터는 자급제폰을 출시할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급제폰 모델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하반기를 목표로 자급제폰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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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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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급제 시장 확대 걸림돌…‘리베이트’가 변수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통신사의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리베이트가 없는 자급제폰 판매율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말기 한 대를 팔았을 때 제품 종류와 판매 시기에 따라 리베이트 금액이 다르게 책정되지만 보통은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리베이트가 책정된다.

이동통신사 유통점 판매원은 리베이트로 받을 금액 중 일부를 단말기 구매자에게 환급(페이백)해 주거나 사은품 같은 선물을 증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통신사에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자급제폰을 사지 않고 이통사용 단말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자급제폰을 판매한 자사 가전 대리점 판매원에게 별도의 리베이트를 지급할 가능성은 적다. 통신사에 대량으로 단말기를 납품하기만 하면 알아서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팔아주는데 굳이 삼성이 자체 유통망을 운영하기 위해 돈을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자급제폰을 출시는 하지만 통신사가 있기 때문에 자급제폰 판매를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공시지원금도 변수가 된다. 작년 10월부터 공시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는 경우에 따라 25% 요금할인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동통신 유통점 한 관계자는 “이 경우, 자급제폰을 구매해 25% 요금할인을 받는 것보다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 제어권을 이동통신사가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알뜰폰 업계, 자급제 시장 확대에 반사적 수혜 기대

그동안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알뜰폰 업계는 단말기가 아닌 요금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어 삼성의 자급제폰 출시를 반기는 분위기다. 자급제폰 시장이 확대되면 사람들이 더이상 통신사에서 폰을 안사도 되고 가전매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자급제폰을 구매한 뒤 통신요금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최신 프리미엄폰 구매 희망자들을 물량이 부족해 알뜰폰으로 유인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갤럭시S9이 자급제폰으로 바로 풀려 이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유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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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넥스텔레콤 제공



알뜰폰 업계는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자급제폰 구매자를 위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알뜰폰 1위 업체 CJ헬로(헬로모바일)는 갤럭시S9 출시에 맞춰 3월 한 달간 유심(USIM) 요금제를 할인 가격에 판매 중이고, 에넥스텔레콤도 이용자가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하지만 갤럭시S9 자급제폰 출시로 알뜰폰 업계가 얻을 반사적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동통신사 멤버십 할인이나 혜택을 알뜰폰에서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존 케이블TV나 인터넷과의 결합할인 때문에 자급제폰을 구매하더라도 알뜰폰으로 넘어오지 않고 기존 통신사의 요금제를 그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요금 경쟁력이 약해진 알뜰폰 통신으로의 가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 200분, 문자 무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요금제를 말한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자급제폰 시장이 확대 되더라도 알뜰폰 업계가 얻을 수혜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가입자 스펙트럼이 기존에는 중저가폰 사용자 위주였지만 고가 프리미엄폰 사용자도 추가되는 정도의 의미 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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