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31 (화)

주가 반토막에 주주 소송까지 당한 네이버웹툰… 쿠팡 전철 밟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출 대부분을 국내에서 올리면서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네이버웹툰(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이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상장 날에 비해 주가가 반토막났는데, 뿔난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 위험성 등을 회사가 기업공개(IPO) 당시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먼저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곤욕을 치른 쿠팡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비즈

웹툰엔터테인먼트 이미지. /네이버웹툰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리바이 앤 코르신스키(Levi & Korsinsky), 커비매키너니(Kirby Mcinerney) 등 미국 증권소송 전문 로펌들은 웹툰엔터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로펌은 11월 4일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들은 상장 과정에서 웹툰엔터가 광고·지식재산권(IP) 사업의 수익 둔화와, 달러 대비 약세인 원화·엔화 매출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선 이유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상장 공모가(21달러)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8월 9일 네이버웹툰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올해 상반기 IPO에 나서면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과 주요 시장 환율 변동으로 약 6491만달러의 영업손실과 7034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자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38% 급락했다. 주가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고경영진이 한 달 새 6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재 웹툰엔터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46%가량 떨어진 상태다. 한때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지만,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미국 시간으로 10일 7.94% 올라 손실 폭이 조금 줄었다.

투자자들은 회사 측이 말한 ‘주요 시장 환율 변동’이란 문구에 주목한다. 웹툰엔터 매출에서 콘텐츠 유료 결제 비중은 약 8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80% 이상이 한국과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올해 상반기 웹툰엔터의 매출액은 6억달러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강달러 현상이란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즉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와 엔화 모두 약세를 보인 탓에 환차손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웹툰엔터 전체 매출의 약 70%가 한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데, 2분기 원화·엔화가 모두 역대급 약세였다”며 “IPO 관련 비용과 환차손이 없었더라면 2분기 영업이익은 1100만달러였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웹툰엔터가 쿠팡(쿠팡Inc)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쿠팡은 2021년 3월 한국기업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기대감에 최고 70달러까지 치솟았고, 공모가(35달러)보다 40% 넘게 오른 49.2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당시 쿠팡의 상승세에 편승했다. 상장 첫날 4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3월 한 달여 동안 111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쿠팡 주가는 2022년 5월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뒤 지지부진한 길을 걸었다. 결국 투자자들은 미국 로펌을 통해 지난해 9월 “기업공개 신고서에 허위 또는 사실을 오인할 내용을 담았다”며 쿠팡을 상대로 상장 이후 불공정 행위에 따른 주가 폭락 손실을 보상하라며 주주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 또한 올해 2분기는 적자로 돌아섰다. 쿠팡은 올해 2분기 2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쿠팡 주가는 웹툰엔터와는 다르게 올해 2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4월 13일 월 회원비를 58% 인상한다고 발표한 것이 호재가 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쿠팡 역시 국내 유료 회원이 1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 매출 비중이 큰 회사”라면서 “쿠팡과 네이버웹툰이 연달아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하면서 다소 낯 뜨거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