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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IT클로즈업]통신·플랫폼 상반된 AI 전략 “기술 자주성 확보”vs“글로벌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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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상반된 전략을 선보이며 산업 주도권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 기업 AI 대표주자 네이버는 국가 단위 기술 패권 자주성을 강조하는 ‘소버린AI’를 밀고 있는 반면, 통신사 KT와 SK텔레콤은 글로벌 AI 기업과 기술 공유·협력을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아울러, 규모는 작지만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중인 국내 토종 스타트업들은 이들 사이에서 생존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대체로 ICT 선도 기업들이 국내 기업 간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는 AI 및 클라우드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대대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는 협업을 위해 총 2조4000억원 규모 자금을 공동 투자하고,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통신·데이터는 KT가, AI는 MS가 맡아 각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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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해외 기업과 협력 확대, 개발 속도전에 초점”

KT가 AI 우군으로 택한 MS는 오픈AI, 메타 등과 함께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로, 최근 대화형 AI ‘코파일럿’ 출시를 통해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강화 중인 상황이다. KT는 이 코파일럿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향후 5년 간 협력을 통해 한국어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I전환(AX) 전문기업 설립 등 다채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전통산업에 비유를 하자면 재료 수급(데이터)부터 제조(AI 모델개발), 유통(AX)까지 AI 생애주기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AI 공급망을 MS와 함께 구축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10일 사업전략 기자 간담회에서 “MS가 기업 운영 및 경영 매커니즘을 제일 잘 아는 기업이라 생각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MS와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 강해졌다. 기업 AI 발전 촉진하는 역량과 기술 솔루션들도 거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탑기업”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도 최근 해외 AI 기업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자체 AI 모델 ‘에이닷’을 보유하고 있으나, 해외 유력 AI 스타트업을 포섭해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미국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한화 약 135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SKT 이용자에게는 ‘퍼플렉시티 프로’ 이용권을 지급하는 등 상호 이용자 저변 확대를 통해 동맹 관계를 공고히했다. 퍼플렉시티는 검색 AI 전문 기업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검색 산업에서 구글 대항마로 주목받았으며 엔비디아, 아마존 회장 제프 베조스도 투자를 한 유니콘 기업이다.

이재신 SKT AI 성장전략 담당(부사장)은 “이번 퍼플렉시티와의 투자 협력을 통해 AI 검색엔진 시장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양사간 돈독한 협력을 기반으로 에이닷 검색 능력 강화 및 국내외 최고 수준의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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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AI 전도사 자처한 네이버 “최대한 자국 기술력 활용해야”

주요 통신사들이 해외 기업과 스킨십에 집중하는 것과는 반대로 주요 플랫폼사 네이버는 AI 기술력 ‘자주 독립’을 외쳤다.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국가안보’ 사항으로 봐야 하며, 그에 따라 자국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AI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가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소버린AI’다 소버린 AI는 국가 단위 문화·법률·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AI 모델로서, 기술 독립성에 초점을 맞춘 것을 말한다. 소버린AI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된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AI 패권국’에 끌려가는 ‘AI 종속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데이터, AI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네이버 검색엔진 등 자사가 이미 보유 중인 기술을 통해서도 충분히 AI 개발 사업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쌓아온 플랫폼 서비스 경험을 더해 국가 단위 소버린AI 개발 선두에 서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100% 완전한 독자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네이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AI 컴퓨팅 파워를 위해 필수적인 그래픽카드(GPU) 수급망은 엔비디아등 해외 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구축 및 AI 모델 개발은 되도록 자국 자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네이버에서 AI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은 지난 11일 개최된 ‘2024 빅데이터 포럼’에서 “소버린 AI는 각 지역의 문화적 가치관과 역사, 환경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다”며 “외국 AI를 아예 쓰지 않는 쇄국정책을 펼치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 종속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적인 자체 AI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보안 등 문제 우려”...자국 협력 우선주의 토종 스타트업

네이버나 SK텔레콤, KT 등이 상반된 전략을 택한 사이 뤼튼, 업스테이지, 라이너, 크라우드웍스 등 국내 토종 AI 스타트업은 생존 및 성장 전략을 고심 중이다.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해외 AI 기업과 협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국내 토종 기업과 협력을 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사 이익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자국 협력이 우선시 돼야 하는 명분도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해외 AI 기업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기업 간 데이터는 물론, 모델 기술 공유 등이 이뤄질텐데 이 과정에서 자국 데이터 유출 우려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협력한다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기술 도입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AI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자원인 데이터가 해외 파트너사와 공유되는 과정에서 데이터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규제나 정책적 차이로 충돌이 발생할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 중간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력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산업 생태계 체질은 국내 기업간 상생 협력이다”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더 장려하는 분위기인 만큼, 대기업들이 국내 유망 AI 기업들을 적극 발굴하고 협력을 확대해 자국 내 기술 개발 지원과 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면 더욱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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