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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SMALL BUSINESS] 다양한 맛으로 인기몰이 수제맥주 전문점-‘맥덕(맥주 마니아)’ 전유물서 대중 속으로…편의점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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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다양한 맥주맛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수제맥주 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좌)와 생활맥주 매장 전경. (사진 :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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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맥주맛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수제맥주가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 비하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극초창기여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단,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곧 수제맥주 판매가 허용될 수 있어 유통가 움직임에 주의가 요구된다.

그간 국내 맥주 시장은 OB맥주와 하이트진로 양 사의 라거맥주가 독과점해왔다. 라거맥주는 비교적 알코올 도수가 낮고 청량감이 좋지만, 맛이 비교적 단조롭다. 이에 최근 주류 시장에서는 색깔과 맛, 향이 라거맥주보다 깊고 다양한 에일맥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중소 양조장에서 만든 에일맥주를 납품받아 파는 수제맥주 전문점이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아직 ‘극초창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국내 소주·맥주·와인 시장 규모는 각각 2조원, 4조원, 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수제맥주 시장은 약 200억원 규모로 일반 맥주 시장의 0.5%에 불과하다. 수제맥주 열풍의 진원지인 미국은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의 비중이 20%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여지가 아직도 많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도 잇따라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4년 8월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필두로 신세계백화점(데블스도어), SPC(그릭슈바인), 진주햄(수제맥주 브루어리 카브루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생활맥주’ ‘브롱스’ ‘크래프트한스’ ‘바오밥’ ‘할리비어’ 등 프랜차이즈도 10여개 생겼다. 이들은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150개 안팎 가맹점을 출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수제맥주 가맹점은 300여개. 수제맥주 가맹점은 지난해에만 100여개가 생겨났고, 올해는 그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도 불과 2년 만에 50여개에서 80여개로 급증했다. 최근 주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욱 괄목할 만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음식점, 주점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들었다. 200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술은 덜 마셔도 수제맥주는 더 마신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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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비용 스몰비어보다 비싸

평균 테이블 단가 3만5000원

점주의 수제맥주 이해도 중요

정효성 브롱스 공동대표는 “2014년 3월 1호점을 오픈할 때는 이태원과 강남 지역 외에 수제맥주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2016년 들어 서서히 붐이 일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서울이나 지방 거점도시 외에는 매장도 몇 없고 소비자들도 잘 모른다. 아직 시장이 초창기라는 의미고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는 “영업팀도 없고 창업설명회도 안 했는데 지난해에만 62개 가맹점이 문을 열었다. 요즘도 가맹점 개설 문의가 매달 60~70건씩 들어온다. 적극적으로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면 지금쯤 300개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고객층은 상권이나 가격 전략에 따라 다르다. 수제맥주 한 잔당(500㎖ 기준) 5000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한 브롱스는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 젊은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정현성 브롱스 공동대표는 “마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박리다매를 해서 수제맥주를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려 한다. 사업 초기에는 맥주에서 마진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대학생들에게는 비싸게 느껴질 테니 매일 오후 5~7시에는 수제맥주 1잔에 2500원에 파는 ‘해피 아워(happy hour)’를 운영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대중화에 앞장선 이디야처럼 브롱스도 ‘수제맥주의 이디야’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반면 한 잔당 6000~7000원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생활맥주는 고객층이 20~60대로 폭넓은 편이다. 임상진 대표는 “맛과 품질을 고려하면 잔당 6000~7000원은 점주와 고객, 양조장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수제맥주를 이태원 경리단길에서는 8000~9000원에 판다. 가격 경쟁에 너무 치우치면 맥주맛이 떨어질 수 있어 적정 가격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창업 비용은 스몰비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서울 B급 상권에서 10~30평 안팎으로 창업할 경우 점포 비용(보증금, 권리금)을 다 합쳐 1억~2억원이 소요된다. 대형 매장은 주로 지하나 2~3층에, 중소형 매장은 1층에 입점하는 편이다. 황복동 브롱스 공동대표는 “30평 대형 매장 위주로 출점하는 브롱스는 보통 지하나 2~3층에 들어간다. 1층 매장은 손에 꼽는다. 1층에 매장을 내면 당연히 장사가 잘되겠지만 초기 창업 비용이 높아진다. 브랜드의 흡입력을 높여 고객이 찾아오게 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생활맥주는 1층에 15~20평 중소형 매장 출점이 많다. 임상진 대표는 “매장을 더 늘리려면 지하나 2~3층에도 출점했겠지만 그럼 폐업할 때 양도양수가 어렵다. 1층도 권리금이 없거나 적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전문점의 수익구조는 어떨까.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매출에서 원재료비(주류+식자재) 30~35%, 인건비 13~15%, 임대료 8.5~10%, 광열비 등 기타 잡비 2~3%, 로열티 3%(브롱스) 등의 비용을 제하고 나면 점주 순이익으로 35~40% 정도가 남는다. 생활맥주와 브롱스는 각각 17평, 20평 규모 B+급 상권 매장의 실제 매출을 집계한 결과 각각 5900만원, 45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제맥주 전문점의 테이블 단가는 대형 직영점이나 오피스 상권은 4만~5만원, 평균 약 3만5000원이다. 월매출에서 테이블 단가를 나눠보면 매일 생활맥주는 56테이블, 브롱스는 43테이블의 고객이 방문했다는 얘기다. 순이익률을 적용하면 월 1500만~2500만원을 번 셈이다. 단, 이는 본사가 성수기에 집계한 매출 기준이고 실제 매출은 매장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수제맥주 전문점 창업 시 주의사항.

첫째, 수제맥주는 기존 맥주와 꽤 다른 시장임을 인지해야 한다. 브롱스를 4개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A씨는 “수제맥주가 대중화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마니아층의 수요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수제맥주에 대한 점주의 이해도와 매장 콘셉트가 중요하다. 마니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존 포장마차나 퓨전주점과는 달리, 모던하거나 빈티지한 ‘색깔 있는 매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안주도 맥주와 잘 어울리고 간단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상진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수제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 특성으로 한다. 다양한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만큼 맥주 주종별 특징과 관리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본사 차원에서도 점주가 맥주 전문가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고객이 수제맥주에 대해 문의했을 때 원활히 응대하고 페어링 안주를 추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전문가에게 응대받고 있다고 느끼면 맥주도 더욱 맛있게 느끼게 되고, 추가 맥주나 안주를 주문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둘째, 상권에 따른 맥주 소비 패턴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강남, 홍대 등 번화가 상권은 이미 수제맥주를 마셔본 이들이 많다. 때문에 사워에일, 하와이안 골든에일 등 새롭고 다양한 수제맥주를 찾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동네 어귀 등 일반 상권은 아직 수제맥주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가 많아 대중적인 맥주맛이 더 선호되는 편이다.

끝으로 시장 경쟁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수제맥주는 오는 4월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가능해진다. 물론 업계에서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하는 고객과 매장을 방문해서 마시는 고객은 다르다’며 구분 짓지만 1인 고객은 꽤 감소할 수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전국 4만여 편의점이 ‘4캔 만원’에 파는 수입맥주처럼 수제맥주를 판다면 주머니가 가볍고 ‘혼술’을 즐기는 젊은 고객층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 편의점에서 안 파는 차별화된 수제맥주와 안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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