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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경영칼럼] 밀레니얼세대 직업 선택 학습·발전기회가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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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우리나라 기업은 인재 채용에서 ‘가족’과 ‘평생직장’을 강조했다. 입사하면 가족이 돼 평생을 함께한다는 개념은 친밀감과 안정감을 주는 매력 포인트였다. 그러나 기업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방향성도 불분명해지는 시대, 인재의 내구연한이 단축되고 역량 개념도 유동적으로 변했다. 이런 변화에 기업 인재 양성과 개인 경력 개발도 밀려오는 파도들을 연속적으로 옮겨 타는 서핑의 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직원을 육성하는 경력 관리가 단순하고 용이했다. 재능 있는 젊은이를 채용해 신입 직급에 배치한 후 정년퇴직 시점까지 조직 내의 계층 사다리를 오르는 경력 개발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입직원은 경영자나 전문가로 성장했다. 고성장 시대에는 쌓이는 연륜에 걸맞은 관리 직책도 충분히 공급됐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안정적 경력 관리 모델은 완전히 무너졌다. 조직은 계층이 축소되면서 평평해졌고 관리직으로 승진할 여지가 대폭 줄어들었다. 신입직원이 중견 간부에게서 볼 수 없는 기술을 가진 경우가 많고, 연장자가 젊은 리더 아래서 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술의 빠른 발전은 기술, 지식과 경험을 단기간에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으로 만들고 있다. 예컨대 브라운관 TV 시장이 단시간에 LCD TV로 전환하며 아날로그 디스플레이 기술 지식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소위 첨단 분야에서도 순환 주기가 빨라지면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업종 불문 지식과 경험의 진부화 속도가 빨라져서 기업도 평생고용이 상징하는 직업 안정성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됐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식, 기간, 보상이라는 세 가지 요소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됐다. 이런 배경에서 디지털 시대의 직업인들은 정규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후부터 은퇴 전까지의 경력을 파도타기의 연속이라는 ‘서핑’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퍼들은 파도를 타기 시작해 파도가 물마루에 이르는 시점까지 계속 타면서 해변으로 이동한다. 해변가에 이르러 파도가 잠잠해지면 다음 파도를 타기 위해 헤엄쳐 나가서 새로운 파도를 타기 시작한다. 이런 개념은 경력 개발과 업무 수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파도를 탈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얻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재훈련·재교육하며 변화 흐름을 타고 계속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아날로그 시대의 고정된 계층 조직이 디지털 시대에는 유연한 프로젝트팀 집합으로 변해 역할이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팀장으로 일하다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팀원으로 일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는 배경이다.

기업도 직원의 경력 개발을 계층적 사다리를 올라가는 과거의 단선적 개념에서 연속적 서핑 개념으로 전환하고 재교육을 통해 장기적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1980년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좋은 직장의 특성으로 ‘학습과 발전 기회’를 1순위로 간주한다. 이들은 평생직장이라는 철 지난 개념을 탈피해 미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직장을 높이 평가한다. 경영자는 직원에게 연속적인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전통적인 경력 모델을 버리고 직원이 조직 내에서 수평적으로 이동하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직원이 보유한 기술을 조직 내 새로운 역할에서 쉽게 활용하며 자신의 경력 개발 경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

매경이코노미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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