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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회사도 대학도 '태움']선배 군기에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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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인사는 기본, 명령엔 완전 복종

대학가 악·폐습에 신입생들 울상

대학생 절반 이상 ‘갑질 경험’

이데일리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군기 잡기 등 악·폐습도 여전해 학생들의 자성과 함께 학교 측이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과 주점 티켓 할당해 판매 은연 중 강요

지난 6일 페이스북에는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수습단원으로 보이는 작성자가 ‘홍익대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응원단 내 행해진 각종 가혹행위 28가지를 고발하는 내용과 신체에 멍이 든 사진을 올렸다.

작성자에 따르면 응원단 선배들은 기념일마다 폭탄주에 쓰레기와 가래침 등 이물질을 넣어 수습단원들에 강제로 마시게 했으며 특별한 제재도 없었다. 또 아사달에서 후배는 선배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기수제 계급사회였다. 수습단원들은 선배들의 이름·기수·맡은 역할 등을 강제로 암기해 시험을 치렀으며, 통과하지 못하면 질타를 받고 재시험을 봤다.

훈련 중 멍이 들어 보호대를 착용하면 “계속 멍이 들어야 익숙해진다”면서 보호대 사용도 금지했다. 이에 아사들 측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현재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악·폐습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19)씨는 “신입생들은 학과 주점을 비롯해 학부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 참여해야 하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라며 “주점을 운영할 땐 안주 교환권을 1인당 몇 매 이상 팔라는 식으로 은연중에 압박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지방 모 대학 재학생도 애드캠퍼스에 “똑같이 돈을 내고 학교 다니는 선배한테 90도 인사 등 ‘똥군기’가 여전하다”며 “시급 3000원도 안 되는 현장실습은 선배의 주도 아래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모 항공운항과 재학생 역시 “후문 거리를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학식을 먹으면 선배가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해야 해 밥을 못 먹는 수준”이라며 “사소한 걸로 군기를 잡거나 혼내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호소했다.

◇ 대학생 절반 이상 “선배가 무서워 어쩔수없이 참고 버텼다”

실제로 대학생 절반 이상이 대학 내 군기 문화로 인한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7일 알바천국이 전국 20개 대학생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문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6%가 ‘갑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경험했다’(43.7%)가 가장 많았고 ‘매우 경험했다’는 13.9%가 답했다.

갑질 유형으로 는 ‘인사 강요’(34%)와 ‘음주 강요’(18.4%)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화장·헤어스타일 등 복장제한 강요’(10.7%), ‘메신저 이용과 관련한 제재’(10.4%), ‘얼차려’(10.2%) 순이었다. 대처 방안에 대해 54.1%의 응답자가 “선배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참고 버텼다”고 답했다.

이에 경찰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 수련모임(MT) 등이 몰려 있는 오는 31일까지 ‘선후배 간 폭행·강요 집중신고기간’으로 정했다. 경찰은 교내 인권센터를 비롯한 상담소 등과 핫라인을 개설해 가혹행위 상담과 신고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대처를 학생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학교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를 비롯해 남녀간 권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에 관심이 큰 만큼 권력을 행사하는 행동에 대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가급적 모든 대학 내 인권 전담 센터를 설치해 학내 가혹행위 등을 상시로 고발하고 조사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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