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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금호타이어 매각 ‘공회전’ 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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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자구안 폐기·23일 총파업 예고

매각 공식화로 압박한 산은, 합의 무산 땐 법정관리 고려

금호타이어 사태가 채권단과 노조 간 ‘강 대 강’ 충돌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 매각을 공식화하자 노조는 자구계획안마저 폐기하며 해외 매각 절대 반대를 선언했다.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송신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가 어렵게 도출한 정상화 자구계획안을 공식 폐기한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원해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4일까지 2시간 간격으로 생산조 단위 부분파업을 벌였고 오는 23일 총파업을 할 방침이다. 앞서 2일부터는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자구안’에는 임금 동결 및 임금피크제 시행과 복리후생을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와 채권단은 이 내용을 두고 몇 달째 협의를 해오고 있었다. 특히 산은은 지난 2일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노사 간 자구계획안 합의’가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까지 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노사의 자구안이라는 것은 회사가 다시 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노조 협의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하지만 노조가 자구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생시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는 법원 절차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산은의 지난 2일 기자간담회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산은은 당시 8쪽 분량의 금호타이어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매각 조건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산은이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보여준 비공개 관행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산은이 ‘자구안 합의, 더블스타 매각’만이 금호타이어의 살길이라며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 인수·합병의 중간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오죽했으면 더블스타로의 매각 과정마저 공개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로의 매각 반대는 물론, 자구안을 폐기하고 총파업까지 거론하면서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강경대응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4년 쌍용차 트라우마’ 때문에 양측 간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산은이 노사 자구안 합의서 제출 시한을 이달 말로 정한 상태에서 이대로라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라는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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