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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江南人流] 보수적이거나 감성적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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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생은 평소 어떻게 입을까

중앙일보

400여 개의 건물로 이뤄진 하버드대 캠퍼스는 지도가 필요할 만큼 넓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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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금발이 너무해’ ‘소셜 네트워크’ 등의 영화·드라마 속 배경이자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8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인 하버드는 이처럼 ‘엘리트들의 집합소’인 동시에 아이비리그 특유의 ‘낭만적인 캠퍼스’로 유명하다. 그런데 하버드대 학생들은 실제로 어떤 옷을 입고 다닐까. 2017년 여름과 2018년 겨울, 두 번에 걸쳐 초청교수로 하버드대학교를 방문했던 간호섭 교수가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보내왔다. 글(보스턴)=간호섭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사진=하예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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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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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있는 사립 종합대학교로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미국 동부지역 8개 명문 대학 중 하나다. 개교 시기는 1636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다. 학생 수는 약 2만1000명, 전임교수 약 2400명. 1500㎢의 대지에 90개의 도서관, 7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 400여 개의 건물로 이뤄진 캠퍼스는 지도가 없으면 목적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거대하다.

이곳에서 필자는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고, 눈이 온 캠퍼스 교정을 거닐면서 패션 스타일을 살펴봤다. 첫눈엔 그저 평범하고 수수해 보이는 스포티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아이비리그 특유의 보수성과 세련된 디테일이 조화를 이룬 개성 있는 스타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캠퍼스 유니폼처럼 … 상의는 짙게 하의는 옅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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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만 할 것 같은 전형적인 하버드 학생들의 패션 스타일이다. 가장 편안하고 또 값도 저렴해 보이는 이런 옷들에는 일종의 패션공식이 있다. 때문에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입으면 스타일이 망가질 확률이 제일 적다. 쉽게 설명하면 교복처럼 ‘상의는 짙게 하의는 옅게’ 입는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하버드대 학생들은 네이비·그레이·카키 등의 짙은 아우터에 베이지·브라운 등의 카고팬츠나 데님 팬츠를 매치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머플러나 털모자를 코디해서 보스턴의 매서운 바람을 막으면서도 캠퍼스 유니폼이라 불릴 만한 룩을 완성하고 있었다.

밋밋한 듯한 패션에 살짝 포인트도 주면서 ‘나 하버드학생’이라는 티도 은근히 낼 수 있는 스타일링도 눈에 띄었다. 학교 로고가 새겨진 아우터나 스웨트 셔츠, 자신이 속한 동아리의 재킷·모자 등을 활용한 옷차림이다. 진정한 패션 고수들은 이 차림에 그러데이션으로 염색된 정통 브라운 가죽슈즈를 신어 미국 중·상류층 특유의 보수적이지만 은근한 멋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리 라인 강조한 패딩과 레깅스의 심플한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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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학생들의 마음이야 다 똑같지 않을까. 날씬해 보일 것!

두꺼운 겨울 외투가 자칫 겨울잠에서 갑자기 깨어난 곰처럼 보이진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지,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허리에 라인이 들어간 롱패딩 점퍼에 롱부츠를 신은 모습이었다. 진이나 레깅스 팬츠를 타이트하게 입고 짧은 길이의 앵클부츠를 신은 학생들도 많았다. 전체적인 색상 톤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블랙·다크 그레이·카키·터콰즈·블루 등이 주를 이뤘다.

여학생들의 스타일에서 제대로 한 몫 하는 것은 코트·패딩에 붙은 모자의 모피트리밍 또는 머플러처럼 부피가 큰 장식들이었다. 얼굴도 작아 보이게 하고 계절감도 느끼게 하니 일석이조의 영리한 패션 아이템들이라 할 수 있다. 가방 역시 커다란 빅 사이즈의 쇼퍼백과 백팩을 매치해 활동적인 느낌과 실용성을 모두 챙기는 분위기였다.

소박한 털모자, 나무꾼 부츠로 보헤미안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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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에서 단연 돋보였던 개성파들의 패션이다. 보헤미안 감성이 가미된 이들의 패션은 한마디로 ‘빈티지 아이템들의 믹스 앤 매치’라 할 수 있다. 할머니가 물려주셨을 것 같은 스웨터들에는 스트라이프, 노르딕, 플라워 등 다양한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색상도 오렌지·레드부터 핑크·퍼플·그린까지 다채로운 색상을 조합해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었다.

인터뷰를 했을 때 실제로 여행을 좋아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양한 여행지에서 구입했다는 작은 기념품들로 모자나 백팩을 장식했다.

이들 개성파 학생들의 공통적인 필수 아이템은 손으로 직접 뜬 것처럼 보이는 소박한 털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일명 ‘나무꾼 부츠’로 통하는 팀버랜드와 엘엘빈(L.L.Bean)의 스웨이드 부츠였다. 이 아이템들이 어우러진 스타일은 마치 ‘우린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언제든지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돼 있죠’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들 중 미래의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재킷 길이·바지는 짧게 … 미니멀 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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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패션 거리인 뉴버리스트리트에서나 볼법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하버드 캠퍼스에서 만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모노톤의 블랙과 그레이를 주색으로 하고 단추나 지퍼 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숨긴, 아우터를 겸한 재킷의 길이는 허리선에 딱 맞게 하고 바지 길이도 짧게 연출한 미니멀 룩은 확실히 일반적인 캠퍼스 룩과는 차별화됐다.

올 블랙 룩이더라도 낡고 헤진 느낌의 진소재와 매치해 스타일 전문가 못지않은 패션 센스를 자랑한 이들은 인터뷰를 해보니 예술사·미술·디자인 전공생들이 많았다.

하버드 대학교라고 하면 으레 법학·경영·의과대학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메인 도서관인 와이드너 도서관 외에 파인아트 도서관과 시각자료 전문도서관이 따로 있고, 하버드 포그 아트 뮤지엄이 존재해 그 어떤 예술대학보다도 엄청난 정보와 방대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로 진입한 지금, 어쩌면 이들의 패션 스타일이 새로운 감성지능(Artistic Intelligence) 시대를 여는 새로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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