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안전성 평가비중 현행 20%에서 50%로 상향
최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으로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이 절반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더라도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하는 등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돼 재건축사업 추진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및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와 행정예고에 들어간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가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과 맞물려 재건축사업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추진돼 집값 상승을 부추기거나 일부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국토부는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해 구조안전성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현행 안전진단은 구조적 안전보다는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중점을 둔 주거환경중심평가(△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구조안전성 20% △비용분석 10%)를 통해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구조안전성과는 무관하게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등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토부는 구조안전성 확보라는 재건축사업의 본래 취지대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50%까지 상향조정하고 시설노후도 25%, 주거환경 15%, 비용분석 10% 등으로 가중치를 조정했다.
또 국토부는 안전진단 종합판정 결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안전진단 결과보고서에 대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쳐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안전진단 결과 A~C등급은 유지보수,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E등급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철거 후 재건축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조건부 재건축이란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에 큰 결함이 없더라도 재건축 시기를 조정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판정 유형이다.
그러나 조건부 재건축 판정 단지가 시기 조정 없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국토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해 민간의 진단결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 단계부터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을 참여시켜 현지조사의 전문성 및 객관성을 담보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현재는 시장이나 군수가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나, 구조체 노후화 및 균열상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구조안전성 분야에 대한 조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부는 최근 포항 지진 발생 등을 감안해 이미 안전상의 문제가 확인된 건축물의 경우에는 별도의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외규정도 마련했다.
이번에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은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 기관에 의뢰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앞서 재건축 사업추진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의 절차와 기준이 지속 완화돼 형식적인 절차로서만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뤄졌다”며 “지속된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안전진단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안전진단 강화로 사실상 재건축 연한 연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안전진단을 앞둔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 안전진단 기준 완화 이전에는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아파트 가운데 절반가량이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재건축 연한 연장의 효과로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한 단지라도 안전진단에 큰 문제가 없다면 안전진단 통과 즉, 재건축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안전진단을 앞둔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생기면서 거래와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며 서울, 특히 강남의 수급불균형을 더 심화시켜 또다시 가격 급등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 단지들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종호 기자 kona@ajunews.com
김종호 kona@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