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주니어 선수 때부터 함께 겨루면서 우정을 쌓아왔다. 늘 긴장을 놓지 않고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둘이 만나면 한국어,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일본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다이라는 경기 후 이상화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를 묻자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잘했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고다이라는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네덜란드에 가야 했는데 이상화가 공항 가는 택시비를 대신 내줬다”고 했다. “내가 1위를 차지해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회상했다. 이상화는 “잘했건, 못했건 서로를 늘 격려해줬다. 나오는 내게 남다른 스케이터”라고 했다.
스포츠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일전’은 민족적 자존심이 이입된 감정대결로 치달았던 적이 많았다. 스포츠 경기가 인터넷 공간의 악플 대결로 비화하는 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화-고다이라의 깔끔하고 우정 어린 대결에는 양국 누리꾼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일 간에는 영토문제와 과거사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채택했던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이 올해로 20주년이 되지만 양국관계에는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냉기류가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나라가 이상화-고다이라처럼 넉넉하게 우정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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