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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한겨레 사설] ‘이윤택 파문’, 문화예술계 환골탈태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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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창경궁로 30스튜디오에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등에 대한 자신의 성추행에 대해 사과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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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추행 폭로로 일기 시작한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로 옮겨붙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9일에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데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전 감독은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이 전 감독은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지만 피해자는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전체에 부끄러운 일이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해 국내 굴지의 극단으로 키운 연극계의 거목이다.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까지 지냈다. 당사자가 연극계의 이름 있는 연출가라는 점 때문에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더 크다. 처음 내부 폭로가 나왔을 때 이 전 감독은 예술감독직을 내려놓고 근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성추행 사실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결국 공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제명한다고 발표했고, 연희단거리패는 이 전 감독 기자회견 직후 해체 선언을 했다. 피해자와 연극인들에게 책임지는 최소한의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이윤택 사태’의 핵심은 권력을 이용해 가까운 사람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의 극단을 소왕국처럼 운영하면서 단원들을 노리갯감이나 다를 바 없이 대했다. 이 전 감독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극단에서 18년 동안 관습적으로 이어진 아주 나쁜 행태의 일”이라고 밝혔다. 일부 단원들은 이 전 감독이 단원들을 성추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권위와 명성을 가진 사람이 폐쇄적인 집단에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탓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투 운동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 이번 사건은 이윤택 개인의 사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배우가 사과한 뒤 출연중이던 연극작품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문단도 예외가 아니다. ‘이윤택 사태’는 연극계를 포함해 문화예술계 전체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남성중심주의적 성관념을 벗어던지고 환골탈태하라는 시대의 요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문화예술은 인간의 오욕칠정을 탐구하고 정화하는 장이다. 하지만 그런 공간이라고 해서 사회적 규범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규범을 지키고 동료를 존중하면서도 문화적 창조 작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문화예술계의 상식으로 확고히 뿌리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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