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美 불붙는 `MeNext?`…`총기와 전쟁` 뛰어든 10대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나는 다음주 금요일 19세가 되지만 미넥스트(#MeNext) 운동에 이미 동참했다. (내가 죽어도) 정치인이나 로비스트들이 상관이나 할까. 아니, 그들은 내가 무장하지 않은 것이나 탓하고 있겠지."(트위터 유저 @jagavran)

끊이지 않는 교내 총기 난사 사건에 분노한 미국 학생들이 가방을 내던지고 피켓을 들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1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으나 정치권이 총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본 미국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다음 희생양은 나(Me Next)"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성토를 넘어 전국적인 시위 행진과 등교 거부 운동도 계획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넥스트' 운동은 뉴욕 펠럼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인 바이얼릿 매시 베레커(사진)가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지 이틀 뒤인 16일 '#MeNext'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시작됐다. 할리우드에서 성폭력 피해 폭로 운동으로 번졌던 '미투(#MeToo)' 해시태그가 총기 규제를 외치는 구호로 진화한 것이다. 미국 학생들은 SNS에서 '미넥스트'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는 이틀 만에 각각 1만2000명의 이용자가 '좋아요'와 '폴로'를 누르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넥스트'와 유사한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참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뜻의 '네버어게인(#NeverAgain)', 총기 규제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을 2018년 중간선거에서 낙선시키자는 뜻의 '보트뎀아웃2018(#VoteThemOut2018)' 등이다. 총격 참사 직후 "조건반사적 반응을 보이지 말자"고 발언한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 등이 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 10대는 태어난 이후 평생을 총기 난사의 공포와 싸우며 자라왔다. 미국 최초의 교내 대량살상 총격 사건인 '컬럼바인고등학교 참사' 이후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이다.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용의자 2명을 포함해 1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진 바 있다. 이들은 학생이 된 이래 거의 매년 자신의 또래가 학교에서 총탄에 희생됐다는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미국 10대 학생들을 '총기 난사 세대(Mass Shooting Generation)'로 규정하면서 "이후 학교에서는 총기 난사 대응 훈련 등이 실시됐으며, 지금의 10대는 완전히 새롭게 짜인 시스템 안에서 그 공포를 안고 자라났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내 인생에서 '총기 난사'라는 단어를 몰랐던 시절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기 규제를 위한 시위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미 지난 17일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고등학교의 희생자 유족과 친구, 교직원 등 1000여 명이 고교 인근 연방법원 앞에서 2시간 동안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들 상당수는 '미넥스트' 피켓을 든 채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정치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뒤 총격범의 정신상태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대응 실패에 책임을 돌리며 총기 규제 문제를 회피해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트위터에 "총격 용의자에게서 정신이상 징후가 다수 보인다"며 "그의 이웃과 같은 학급 학생들은 그에게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당국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썼다.

해당 고교 학생들은 ABC·CBS방송을 통해 다음달 24일 워싱턴DC에서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이라는 이름의 시위 행진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학생인 캐머런 캐스키는 "우리 세대가 목숨을 잃고 있는 동안 어른 정치인들은 함부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NRA에서 자금을 받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오는 4월 20일 미국 전역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수업 거부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4월 20일은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19주기다. 현재까지 약 6만명이 청원에 서명했다. USA투데이는 총격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다음달 14일에도 오전 10시를 기해 학교 밖으로 나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계획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NYT는 "'총기 난사 세대'에게 이 문제는 추상적이지 않다. 그들에게 이 문제는 살해당한 친구, 피범벅이 된 학교 등의 모습"이라며 "현재의 10대는 어른 운동가와 정치인들에게 더는 그들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고등학교에서는 퇴학당한 19세 남학생 니콜라스 크루즈가 AR-15 반자동 소총을 들고 학생 17명을 사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 학대 성향을 보였으며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등 위험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