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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글로벌포커스] 알고리즘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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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NBC에서 중계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동시에 다른 색의 빛을 내면서 올림픽 오륜기, 스노보더 등을 만들며 비행하는 1218개의 드론이었다. 이 장면은 12월에 평창에서 녹화해 방영한 것이라 실제 개막식에 참가한 사람들은 볼 수 없었지만 TV로 올림픽을 본 전 세계인에게는 남북 단일팀, 김연아의 성화 점화와 더불어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뽑혔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인텔의 슈팅스타라는 드론으로 2017년 미국 슈퍼볼 때 300개에서 약 1년 만에 4배 많은 드론을 동시에 비행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이 기술의 가장 놀라운 점은 1대당 330g의 여러 빛을 내는 드론보다 동시에 1218개의 드론을 랩톱 1대만으로 서로 부딪히지 않고 비행하도록 하는 주행 알고리즘이다.

이제는 올림픽이 경기와 국가의 메달레이스만큼 새로운 기술이나 과학의 진열장이 돼가고 있다. 올림픽 방송 중계권자인 NBC는 전 방송을 4K 해상도로 방송하고 있으며, 한국 KT는 5G 네트워크를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시연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스냅챗은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파트너로서 올림픽을 모바일 서비스로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신기술은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데에도 쓰인다. 네덜란드 쇼트트랙 선수들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삼성의 스마트슈트를 입고 출전하고 있으며, 화학회사 다우(Dow)는 썰매의 공기저항과 표면마찰을 줄이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이 선수들 경기와 훈련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네덜란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근육 피로와 회복 데이터를 분석해 경기 당일날 최고 기량이 나올 수 있도록 훈련 강도와 기간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스키 선수들은 스탠퍼드대에서 만든 가상현실 훈련을 통해 경기 전 부상 위험이 없도록 평창의 코스 지형과 바람에 적응하는 훈련을 했다. 실제로 미국 국가대표팀은 몇 년 전부터 데이터를 이용해 부상을 최소화하고 큰 경기에서 기량을 최대로 발휘하는 훈련 방법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을 쓰고 있다.

실제로 프로팀 하나하나가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는 프로스포츠에서 통계적 분석과 머신러닝이 대세가 된 것은 벌써 10여 년 전 일이다. 야구는 데이터 분석 및 최적화 기법이 선수 스카우팅, 트레이드, 샐러리 캡을 고려한 팀 결정 등 인사 정책뿐 아니라 투수 교체, 번트 여부, 수비 위치 설정, 상대 투수에 맞춘 타격 전략 수립 등 경기 운용 결정에도 쓰이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원천기술은 매출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경영기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실제로 티켓과 광고 그리고 TV 시청료를 주 수입으로 하는 미국 프로야구와 농구에서 수요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한 티켓 가격 정책을 이용하는 팀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LA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는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 월드시리즈라 불릴 정도로 데이터 과학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한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난 경우다. 휴스턴은 2013년에 승률이 3할밖에 되지 않던 팀이었다. 그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연구원들로 데이터 팀을 만들고 통계 예측 모델을 위해서 슈퍼컴퓨터를 구입하는 등 과학적인 팀을 운영하려고 전력 투자를 한 뒤 4년 만에 우승할 수 있었다. LA다저스는 버클리대 경제학 박사와 하버드대 통계학 박사들이 이끄는 20여 명의 데이터팀이 팀과 경기 운용 그리고 티켓 마케팅을 이끌고 있다. 감동적인 투지, 정신력, 인간 드라마는 우리가 스포츠에 매료되는 주된 이유이지만 이제는 스포츠에서 데이터는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올림픽 시작 얼마 전에 있었던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 사태를 보면서 기술 선진국인 한국에서 아직 스포츠의 과학화가 채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릴레이 예선전에서 정신력과 투지가 최고임을 보여준 여자 쇼트트랙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안현수 미시간대학교 경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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